낮은 부동산 회복 기대감에 유동성 확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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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기한이익상실(EOD) 우려는 이제 '상수'다. 오피스,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하이엔드 주택 등 분야를 막론하고 위험이 내재해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았던 EOD 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연속 EOD가 올해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올해 3분기에만 경기도 시흥 시화MTV 물류센터와 서울 서초 남부터미널 하이엔드 도시형생활주택 PF에서 연달아 EOD가 발생했다. KB증권은 PF 부실 해결을 위해 시화MTV 물류센터 사업에 2600억원, 하이엔드 사업에 2500억원 등 한 달 만에 5100억원 규모의 자체자금(PI)을 투입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일부 지점은 대주단과 담보대출 관련 연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EOD가 발생했다. 임대료마저 간신히 내는 지점이 많은 만큼 추후 대출연장 합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투자자는 회수 방안으로 홈플러스 부지를 주택용 부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F 부실의 여파는 학교법인에까지 번졌다. 한양학원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한양대학교가 반박했지만, PF 사업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계열사인 한양산업개발이 PF 사업에 제공한 신용보강과 연대보증은 5024억원이다. 우발부채로 분류돼 있어 PF 사업성 확보가 필수다. 한양학원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 매각을 추진했지만 높은 용적률 탓에 재개발 수익이 크지 않아 한 차례 무산됐다.
이외에도 부동산투자업계에선 공실률 증가를 이유로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의 EOD 위기가 거론되고 있으며, 국내 운용사가 보유한 한 물류센터도 임차인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공실난에 시달리는 지식산업센터는 사실상 투자 자산 가치를 상실했다.
오피스도 지역에 따라 점차 유동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의 '2025~2026 부동산 시장 종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중기적으로 6.5%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2025~2031년 서울에 약 760만㎡(230만평)가 공급될 예정이며 이 중 도심 중심업무지구(CBD)에만 39.07%가 예정돼 있다. 여의도 업무지구(YBD)에도 공급이 대거 이뤄진다.
건설사 위기에 따라오는 EOD 위험도 여전하다. 올해 수많은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이때마다 EOD 사유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사업장에 신용을 보강한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EOD 요건으로 작용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법정관리에 들어간 종합건설사는 42곳으로 작년과 재작년 규모를 이미 넘었다.
다만 대주들의 EOD 선언은 소극적이었다. 건설사들은 지방 사업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방 부동산은 처분이 어려워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대주는 대출만기를 연장하며 완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장에 당연한 듯 자리 잡은 EOD의 본질은 결국 유동성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률이 낮고 아파트는 분양률이 높아야 이자를 내고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PF 투심 회복을 섣불리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위기는 도사리고 있을 거란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PF 내부 규정이 강화된 점도 유동성 확보에 영향을 준다"며 "대부분의 금융사는 부채상환비율(DSCR)이 1.2배 미만인 사업장에 신규 대출이나 대출 연장이 어려우며, 이러한 사업장은 잠재적 EOD 후보지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