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에식스솔루션즈 중복상장 논란에 여론 살피는 거래소…심사 해 넘길 듯
입력 2025.12.12 07:00
    거래소, 정부·여론 모두 의식하며 신중 모드
    에식스솔루션즈, 모회사 할인과 무관하단 입장
    SK엔무브 철회 이후 대기업 IPO 일제히 관망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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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S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예비심사를 두고 한국거래소 내부에서 고심이 깊어진 분위기다. SK엔무브 철회 이후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심사 테이블에 오르는 사례인 만큼, 향후 시장 전체의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가 당국과 여론 모두의 시선을 의식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달 7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해외 법인이 적격 해외증권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상태로 1차 상장을 추진할 경우 예비심사 기간은 최대 65영업일로 규정된다. 

      일정만 놓고 보면 절차가 이미 시작됐지만, 실제 심사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게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제기된다. 올해 안에 심사가 끝날 가능성은 낮고, 내년 1분기 중에만 끝나도 다행일 거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선 우량 기업 유치를 통한 시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중복상장 논란 이후 모회사 주주 보호가 강조되는 환경에서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에식스솔루션즈 측은 중복상장 논란의 핵심 이슈인 '모회사 기업가치 훼손'과는 구조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회사는 LS그룹이 해외에서 인수한 법인으로, ㈜LS 연결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6%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LS 주주 보호를 위해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여러 주주친화 정책을 병행한다는 점 역시 고려사항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 증권가에서는 거래소의 복잡한 심정이 안팎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심사 부서에서는 에식스솔루션즈에 꾸준히 보완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심 청구 전 초안(Draft) 논의 과정 역시 일반적인 경우보다 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LS의 주주환원책 역시 ㈜LS가 에식스솔루션즈의 직계 모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전례'를 만들어도 될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을거란 시선이다. 예심 청구 전 지배구조를 일부라도 단순화하거나, 단순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약속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에식스솔루션즈는 국내 상장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상장 시 높은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는 점, 해외 법인이지만 주요 경영진이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홍콩거래소나 나스닥 등의 해외 상장 가능성은 거래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에서도 일정부분 선을 두는 분위기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이번 건이 갖는 상징성이 상당하다 보니, '첫 사례'가 되는 것에 따른 부담감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 시장 여론의 반응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기업의 요건 충족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직 시장 전반을 관통할 만큼 명확한 '중복상장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은 꾸준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유일하게 존재했던 기준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5년간 모회사 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조항이었으나, 이는 올해 7월부로 삭제됐다. 모회사 주주 보호를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실무상으로는 오히려 거래소의 재량 범위만 넓히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준비하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역시 이렇다 할 진척 없이 흐지부지된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5년 규정 삭제는 '5년이 안 돼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5년이 지나도 중복상장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며 "대기업 계열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SK에코플랜트, HD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 자회사들도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복상장 이슈를 가장 큰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SK엔무브처럼 물적분할을 거친 전형적 쪼개기 상장이 아닌 기업이 성공적으로 상장해야만, 시장에서 '중복상장' 기준과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히 정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한 IB 관계자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에식스솔루션즈가 '구조적으로 중복상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해도 거래소 입장에서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단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