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 반발 불가피…법적다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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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조단위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제3자배정 유상증자 안을 논의한다. 신주 배정 대상은 미국 정부 측이며, 증자 규모는 조단위에 이를 것으로 거론된다. 지난주 이같은 안건이 이사들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미국을 찾아 강경화 주미대사를 만나 제련소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을 미국 제련소 건설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자 외에 미국 현지 금융 지원 규모도 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미국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을 관리하고 있다. 제련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미국 희토류 생산기업 MP머티리얼즈에 4억달러를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이번 고려아연 지분 투자도 광물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60개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목록을 발표했는데 아연이 새로 추가됐다. 고려아연이 취급하는 광물 11가지도 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
최근 고려아연 시가총액이 30조원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 측에 상당한 지분이 배정될 수도 있다. 미국이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회장에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모인다.
유상증자가 진행되기까진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파트너스 측 이사들이 반발하고,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유상증자의 당위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고려아연 측은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