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 납입일까지 앞으로 단 열흘…고려아연 '경영권 향방' 칼자루 쥔 법원
입력 2025.12.18 07:00
    고려아연, JV 설립이어 10% 유상증자 추진
    영풍·MBK 연합 즉각 가처분 신청
    26일 납입일 전 결론나야 의결권 행사 저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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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미국 정부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가까스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조인트벤처(JV) 설립에 이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투자자들이 미처 예상치 못한 방안을 발표한 고려아연은 내년 주주총회서 확실한 승기를 잡겠단 전략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에 맞서는 영풍 연합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으로 맞서고 있는데 이제부턴 시간과 명분의 싸움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단 열흘이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측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략에 맞서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영풍·MBK 연합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란 점을 강조했다. 또 경영권 분쟁 상황이란 특수한 상황이란 점을 명시하며, 법원이 빠른 판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로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크루서블JV(Crucible JV LLC)를 대상으로 신주 220만9716주(보통주)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한 자회사에 한화 약 10조원(대출 포함)을 투자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이 신주의 납입 예정일을 불과 열흘 앞으로 결정한 것은 주주총회 주주명부 폐쇄일(12월31일)을 앞두고 최대한 빨리 외부 투자자에 의결권을 부여하기 조치로 풀이된다. 갑작스러운 발표로 미뤄볼 때 이사회 결의에 앞서 모든 법적 검토와 실무 준비가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촉박하게 납입일을 잡은 것은 상대방 측인 영풍 연합의 손발을 묶어두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비롯한 전국 법원은 이달 29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겨울철 휴정기를 갖는다. 휴정기에도 가압류·가처분 심문기일과 체포(구속)적부심 등 사안에 따라 촉각을 다투는 재판이 열리긴하지만, 법원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 변동 가능성이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리적인 시간을 따져본다면 영풍·MBK 연합이 신주발행을 저지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열흘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기간 내에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야만 내년 주주총회서 이사회에 진입하고,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반대로 신주 발행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추후 이사회 진입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다.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영풍·MBK 연합은 16일 "신주가 예정대로 발행될 경우, 이후 법원이 무효를 판단하더라도 이미 지분구조가 변경된 상태로 주주총회 결의가 이루어진 후에는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신청서에서 강조했다"고 밝혔다.

      올해 주주총회(2025년 개최)에서 최윤범 회장 측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이용해 영풍 연합의 이사회 진입 시도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약 44%)이 최윤범 회장 측(약 32%)을 크게 앞서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년(2026년 개최) 주총에선 양측이 비등한 수준의 이사진을 확보하고 1~2년 내엔 영풍·MBK 연합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사수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당초 전망대로라면 내년 주총에선 영풍 연합 7명, 최윤범 회장 측 8명 등으로 이사회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 신주 발행 결정에 따라 이런 전망도 바뀔 여지가 커졌다.

      신주 발행을 저지하려는 영풍 연합에 맞서는 고려아연은 글로벌 최대 시장 미국에 진출한다는 '명분'과 특히 미국 정부와의 협업이란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영풍 연합 역시 일정 부분 인정하는 부분인데, 가처분 신청에 대한 입장문엔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칼자루는 결국 법원이 쥐게 됐다. 물론 신주발행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영풍·MBK 연합 측은 법적인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재계·정치권 등 외부의 변수가 산적해 있단 점에서 쉽지만은 않은 긴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