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채권사업실 축소 개편…채권 운용 손실에 증권사 구조조정 확산
입력 2025.12.18 14:30
    국고채 금리 급등에 채권 운용 손실 확대
    현대차증권, 채권사업실 40명→20명으로 축소
    채권 운용 부서 계약직 중심 인력 조정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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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고채 금리 급등 여파로 증권사 채권 운용 부서의 손실이 확대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채권 운용 인력을 중심으로 계약직 재계약을 중단하거나 인원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채권 운용 부서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과 인력 조정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고채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 운용 손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증권 외에도 다수 증권사들이 채권 운용·트레이딩 부서를 중심으로 계약직 인력의 재계약을 하지 않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개편을 통해 기존 채권사업실 산하 4개 팀 가운데 채권금융1·2팀과 캐피탈마켓팀을 폐지하고 채권운용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채권사업실은 멀티솔루션팀과 채권운용팀으로 중개와 운용 2개 팀 체제로 재편된다. 기존 40명에서 팀 개편을 마치면 20명으로 줄어든다. 채권금융1·2팀과 캐피탈마켓팀 소속 계약직 인력의 계약은 내년 2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며 증권사 채권 운용 부서의 손실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996%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초 2% 중반 수준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3%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데다, 은행권의 예금 이탈에 따른 은행채 발행 증가도 채권 수급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은 곧바로 채권 운용 손실로 이어졌다. 증권사 채권 운용 부서는 보유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는 구조여서, 금리가 오를 경우 평가손이 즉시 실적에 반영된다. 특히 레포 거래를 활용해 포지션을 운용한 경우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자기자본 기준으로 확대되며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채권 중개 시장에서도 거래량 감소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채권 브로커 조직이 사실상 해체되거나 대폭 축소된 사례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계약직 인력을 중심으로 인력 정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 이벤트였던 레고랜드 사태와 달리, 이번에는 금리 자체가 부담 요인이라 체감상 더 길고 무겁다"며 "현재로선 계약직 인력의 재계약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팀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통상 연말·연초에는 기관 자금 유입과 금리 하락 기대가 맞물리며 채권 시장에 이른바 '연초 효과'가 나타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권 투자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신규 수요는 퇴직연금 자금 정도"라며 "전반적인 채권 시장 분위기가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