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없는 GBD…광장, 율촌 등 대형로펌 '강북 사옥찾기' 속 배당 고민
입력 2025.12.19 07:00
    강남 프라임 공실 제로…대형 로펌들 임대료 정상화 부담 커져
    율촌·광장, 임대차 만기 앞두고 강북권 후보지 탐색 본격화
    사옥 이전은 곧 파트너 배당과 직결…대표단 결정 부담 가중
    2029년 공급 전까진 '부적절 타이밍'…결정 유보 기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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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강남권(GBD) 프라임 오피스 공실이 사실상 제로(0)에 수렴하면서, 주요 대형 로펌들의 사옥 이주 전략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법무법인 광장과 율촌이 각각 임대차 만기 시점을 앞두고 강북권(CBD)에서 대체 자리를 탐색하는 모습이다. 인력 증가와 임대료 정상화가 동시에 맞물려 있는데, 사옥 이전이 곧 파트너 배당과 연결된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내부에서는 "결정을 유보하자"는 기류도 감지된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2017년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 입주했다. 당시 체결한 10년 계약은 부동산시장에서도 '이례적 혜택'으로 꼽힌다. 전반 5년 임대료 동결, 후반 5년은 제한적 범위 내 인상만 허용하는 구조였다. 테넌트 확보가 쉽지 않던 시기의 계약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파르나스타워는 공실이 거의 없다. 외국계 회사들이 몰리면서 임대료는 이미 정상화 수준에 도달했다. 율촌이 누려온 기존 조건이 재계약 시점에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 평가다.

      내부 공간도 빠듯하다. 한 해 40~50명씩 인력이 늘며 사업부별로 층이 포화 상태다. 당초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검토했던 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공사 지연으로 현실적 선택지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현실적인 후보지는 역삼 센터필드 웨스트타워 정도다. 다만 면적과 동선 등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율촌 내부에서도 "나가는 게 맞느냐"는 의견과 "재계약 후 공간을 쪼개 쓰더라도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광장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내부적으로는 사옥 이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축 프로젝트 단계부터 시장 조사에 나서고 있다. 현재 머물고 있는 정석기업(대한항공 계열) 소유의 한진빌딩에서 잔류하는 방안이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유력했지만, 최근에는 이전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광장은 사옥 자문사로 CBRE를 선정하고 건물을 물색하고 있지만, 이전을 추진하기엔 입지가 마땅치 않다. 후보지로는 을지로 및 종로 일대의 코리안리 재개발 구역 등이 언급되지만 공급 시점이 불확실하다. CBD는 2030년까지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광장이 원하는 규모를 충족하는 매물이 지금 CBD엔 거의 없다"며 "결국 재계약이든, 이전이든 임대료와 배당 구조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사옥 이전 결정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임대료 변동이 바로 파트너 배당과 연결된다. 수백억원대 장기 부담이 생기면 바로 연말 배당 조정이 불가피하다. 사옥 이전이 경영진 체제의 정치적 리스크가 되는 이유다.

      현재 율촌은 강석훈 대표, 광장은 김상곤 대표 체제다. 두 곳 모두 "지금 당장 이전을 추진하면 배당 축소 논란이 생긴다"는 내부 우려가 적지 않다. 2029년 이후 시장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 당장 큰 결정을 피할 명분도 있다.

      과거 사례는 현 경영진의 부담을 더 키운다. 세종은 일명 '만수르 펀드'로 일컬어지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가 소유한 스테이트타워 남산에서 임대료 인상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종로 디타워로 이동했다. 태평양도 역삼을 떠나 종로로 이전했다. 두곳 다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다. 

      법무법인 YK처럼 사옥을 직접 짓는 사례도 있지만, 파트너 구조가 단순한 로펌에만 가능한 선택이다. 대형 로펌이 사옥을 직접 매입하지 않는 이유도 같다. 파트너들이 개인 자금을 넣어야 하고, 향후 임대료 수취와 배당 분배 문제까지 겹치면 갈등이 불가피하다. 

      시장 상황은 로펌들의 고민을 더 키우고 있다. GBD는 공실이 없고, 여의도(YBD)는 금융사 중심 재계약이 많아 면적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CBD는 2030년까진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대형 로펌이 원하는 코어 면적을 확보하려면, 2029년 이후 신규 공급을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지금 결정을 내리면 비용만 높은 상태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재계약하거나, 면적이 맞지 않는 빌딩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율촌과 광장은 모두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구조다.

      한 로펌 관계자는 "대표 변호사들은 파트너 변호사들의 눈치 때문에 웬만하면 이주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배당 문제가 얽혀 있어 다음 체제로 떠넘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