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증권 큰손 보험사, 고환율에 커지는 '헤지 비용' 우려
입력 2025.12.22 07:00
    환 헤지로 자산 평가액 등 영향은 적지만
    스왑 만기 시 차환 비용 수십억 급증 전망
    고환율 지속하면 투자손익까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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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80원을 넘어서면서 보험사들의 환 헤지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수십조원의 외화 증권을 보유한 보험사들은 스와프 등을 통해 환 헤지를 수행하는데, 차환 시점에 환율이 급등하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소폭 내린 1477.3원에 개장했다. 전날 장중 1480원을 돌파한 데 이어 1480원 선에 근접한 수치를 유지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환율이 1480원 선을 넘어선 건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몇 년간 해외채권 비중을 크게 늘렸다. 보험사는 듀레이션 및 수익성 관리를 위해 장기 채권을 선호하는데, 국채로는 소화 가능한 물량이 한정적인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보험사의 해외 외화증권투자 잔액은 759억5000만달러로 전년 말 대비 15.6%(102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외화증권 보유량은 27조5000억원에서 28조6000억원으로 약 1조원 증가했다. 교보생명(17조2000억원→19조7000억원)과 한화생명(14조1000억원→16조원)도 2조원 이상 늘렸다.

      당장 회계 장부상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통화스와프와 선도계약을 통해 환 헤지를 100%에 가깝게 수행한다. 환율이 오르면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다.

      문제는 환헤지 비용이다. 통상 스와프 만기가 도래할 때 차환을 통해 헤지를 이어가는데 이때 환율이 급등하면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고환율이 지속하면 파생상품의 손실이 커져 투자손익까지 반영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헤지 비용은 수십억원씩 오른다고 보면 된다"며 "일시적으로 환율이 튄다면 대체로 문제가 없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파생상품의 만기가 여유로운 보험사들도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스왑 만기가 길면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중소형사들은 1년 미만 상품으로 헤지를 맞추기도 하는데, 당장 4분기에 손실이 인식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보험업계는 환율 변동성을 유의 깊게 보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최근 환 헤지 비용이 2배 가까이 증가해 신규 투자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신규 해외 투자 현황을 매월 확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원·달러 환율의 연평균 전망치로 기존 1390원 대비 30원 상향한 1420원을 제시했다.

      다만 한은과 정부는 환율 수준과 관련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며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정부의 수급 대책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수급 요인 측면에서 개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국민연금과 650억 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이후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4분기 평균 달러·원은 1450원으로 전망치 1420원을 큰 폭 상회했다"며 "한번 높아진 환율의 상·하단에 대한 눈높이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