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성과급 다 까라"…PEF 군기 잡기 나선 금융위
입력 2025.12.23 07:00
    22일 PEF 제도 개선방안 발표
    사실상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 마련
    준법감시인 선임, 정기보고 의무 강화 등
    수익률·보수·산정방식 등 민감 정보 모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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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방안이 구체화했다. 금융위원회가 PEF를 대상으로 금융기관에 준하는 감시·감독체계를 신설하면서 사실상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2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PEF 제도개선 방안엔 ▲GP의 책임성 확보 ▲PEF 운용의 건전성 감독 ▲시장규율 강화 및 이해관계자 보호 등의 향후 추진 방안이 담겼다.

      먼저 GP의 등록 취소 요건이 강화한다. 현행법엔 GP 등록 취소 사유가 제한적이었으나, 앞으론 중대한 법령을 위반할 경우 단 1회만으로도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또 GP를 등록한 이후 특별한 사정없이 당기간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등록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GP 대주주에 대한 자격 요건도 한층 강화한다. 현재는 GP 대주주에 대한 자격요건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지만, 앞으론 금융회사 수준의 대주주 자격요건으로 끌어올리겠단게 핵심이다.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데 이에 준하는 요건을 신설하겠단 것이다. 이를 통해 위법이력이 있는 대주주의 PEF 시장 진입을 원천봉쇄하고, 이미 등록한 GP 대주주의 위법행위가 적발될 시 시장에서 퇴출하겠단 계획이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는 사실상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에서 촉발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현재 MBK파트너스에 중징계를 사전통보한 상태로, 내년 초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기관전용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는 건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그러나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가 PEF 운용사에 실질적인 타격은 입히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에 따라 PEF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발표한 방안은 기존 PEF 규제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며 "운용사 오너 및 대주주의 일탈행위가 과거엔 개인의 형사처벌 수준에서 끝날 수 있었다면, 앞으론 펀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운용에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PEF 운용사에 업무수행시 준수 절차 설정하고 내부통제 전담 인력 지정 등 금융회사 수준으로 기준 마련의 의무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일반사모집합투자업자 분류되는 운용사는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준법감시인을 1인 이상 선임하도록 돼있지만 기관전용사모펀드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금융위는 앞으론 운용규모 5000억원 이상인 GP는 준법감시인을 반드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중인데,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출자기관(LP)의 대형리그에 참여하는 운용사 대부분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조단위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들에 준법감시인 선임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한 조치로 본다"며 "운용역과 이해관계가 다른 제3의 인물이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용사를 평가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원회는 PEF 운용사들에 항목을 대폭 늘려 정기보고를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또한 정기적으로 영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금융회사와 달리 운용사들은 영업현황에 대한 보고의무가 없어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단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GP의 파생상품 매매 현황, 채무보증·금전차입 현황, 금전대여 현황 등을 보고 받고 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 현황과 개별 리스크 수준, 투자 성과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올해 초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상위권 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운용역 구성, 조직 및 연락처 등 기초적인 현황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마저도 일일이 메일을 통해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해 이제까지 통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추진 방안은 사실상 PEF 운용사의 세부 현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에 나서겠단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구상중인 보고 항목은 ▲운용중인 전체 PEF의 투자상세현황(자산·부채, 유동성, 투자기업, 레버리지, 수익률) ▲투자기업의 자산·부채, 유동성 현황 ▲개별 펀드로부터 받은 보수와 산정방식 등이다.

      국내 PEF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는 "펀드의 수익률과 보수 등은 상당히 민감한 정보인데, 이를 개별 운용사마다 정량화해 보고체계를 구축하기까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정기적으로 펀드와 운용사 현황을 세세하게 검토하겠단 취지로 사실상 금융기관과 거의 동일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겠단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PEF 위탁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GP-LP간 표준계약서 제시하고, 성과·비용 산출 방식을 표준화하겠단 방안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외한 모든 방안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금융위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해 내년 상반기 통과를 목표로 국회와 적극 소통하겠단 계획이다. 현재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PEF 규제법안 다수가 발의돼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의할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이다. 사실상 PEF의 투자와 자본시장의 위축과 연결될 수 있는 규제법안이기 때문에 야당의 반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다만 규제 법안이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당사자인 PEF업계는 이렇다 할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 협의회 설립을 비롯한 공식 창구 마련을 위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