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까지 번진 反쿠팡 적대감…손 꼽기 힘들 정도로 넓어진 포위세력들
입력 2025.12.23 12:27
    정치권·노동계에 국세청·공정위까지 행정 리스크 전면화
    결국 美 주주소송 현실화…현지 추가 소송도 물밑작업中
    DAU 급감·물류 둔화에 실적 타격 예상…주가도 곤두박질
    김범석 불출석이 변곡점…내부 폭로까지 불거지며 악순환
    단일 기업서 전례 없는 광범위 포위망…로펌들 특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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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을 둘러싼 포위망이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해킹 정보보안 실패로 시작된 불씨가 정치, 행정, 노동, 재계로 옮겨붙더니 내부자 폭로까지 잇따르는 양상이다. 세무조사에 미국 현지 주주소송까지 더해지면서 일개 기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동시다발 위기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이다. 

      22일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과 신천동 한국 본사 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사무실에 조사관 150여명을 투입해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CFS는 쿠팡 한국 법인의 100% 자회사로 쿠팡 물류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 본사 매출 근간이 되는 핵심 자회사라 국세청이 CFS를 통해 실질적인 거래 전반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쿠팡 본사가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만큼 CFS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인데 최종 목적지는 미국 본사 쿠팡Inc와 최대주주 김범석 의장 탈세 의혹까지 열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례적으로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뿐 아니라 국제거래조사국도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20일(현지 시간)에는 미국에서 쿠팡에 대한 주주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소송 대리 변호인단은 쿠팡이 정보유출 사태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미국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이번 사안을 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발언했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이버 보안 사고를 4영업일 이내 공시해야 하는 중대한 사고로 규정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쿠팡 고객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난 지 한 달여 만에 회사에 제재·압박을 가하는 세력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규모로 불어나는 모습이다. 

      직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태를 촉발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겨냥해 쿠팡에 영업정지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쿠팡이 전자상거래법에 근거한 피해 회복 조치를 실행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영업정지 처분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 고객 중 정보 유출로 인한 공동 손해배상에 참여하겠다는 인원도 30만명을 향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과징금, 영업정지 같은 행정처분에 더해 민사 소송까지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데, 주체나 지역도 제각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된 주주소송 외 추가 집단소송도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국내 로펌들도 미국 내 각 지역 법원에 집단소송을 조율하고 있다. 

      영업 타격이 현실화하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 추정치는 1488만2151명으로 집계됐다. 쿠팡 일간 이용자 수가 1400만명대로 떨어진 건 지난 10월 이후 두 달 만이다. 쿠팡 DAU는 1500만~1600만명대를 줄곧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CFS가 맡는 물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보 유출이 밝혀진 뒤 쿠팡 주가는 20% 이상 떨어졌는데, 실적 둔화가 확인되면 하락세가 가팔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권도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5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정무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가 참여할 예정이다. 쿠팡이 그간 대관 역량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는 점이 되려 미운 털로 작용하고 있어 주요 상임위가 일시에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이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한 것이 일종의 변곡점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원래도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회사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 전현직 임직원들까지 폭로전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제보 형태로 연일 쏟아지고 있는 만큼 고객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네이버·CJ·신세계 등 경쟁사들에겐 재차 추격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악순환이 불거질 수 있다. 

      리스크 규모가 쿠팡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본업 타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국내외에서 계속될 소송과 행정처분에 대응하면서 정치권까지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축적한 대관 역량이 오히려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시기인 만큼 김 의장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마땅한 묘수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유일하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형 법무법인 등 로펌업계에선 이번 쿠팡 사태를 계기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쿠팡만큼 국민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대형화한 플랫폼이 없고 ▲단일 기업을 둘러싼 포위 전선이 이 정도로 넓어진 적도 처음이라 전례 없는 특수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쿠팡이 압수수색이나 행정소송 등을 우선 대응하고 있지만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로펌들이 수임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공정위 조사나 행정규제 외에 정보유출 관련 크고 작은 소송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