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은행은 '세대교체'·지주는 '안정'…진옥동 2기 본게임 시작
입력 2025.12.23 15:54
    은행은 세대교체, 지주는 안정…엇갈린 인사 기조
    전략·운영 유임 속 재무만 교체…CFO에 '재무통' 장정훈
    진옥동 2기, 역할 분담 뚜렷해진 인사
    • 신한금융, 은행은 '세대교체'·지주는 '안정'…진옥동 2기 본게임 시작 이미지 크게보기

      신한금융지주가 은행과 지주 전반에 걸친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상반된 인사 기조를 드러냈다. 신한은행은 부행장급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교체에 나서며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반면, 지주는 핵심 부문 대부분을 유임하며 안정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진옥동 회장 2기 체제의 새로운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략ㆍ재무ㆍ영업ㆍ경영관리 등 주요 영역별로 입지를 다져온 지주 부문장 및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향후 3년 성과가 차기 신한금융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할 거란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 및 신한은행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인사에서 경영지원·영업·브랜드·리스크 등 핵심 그룹장을 새로 선임하며 조직 전반에 변화를 줬다. 신규 선임 인사는 총 7명으로, 이 가운데 부행장 3명, 상무 4명으로 구성됐다. 현장 경험과 실무 역량을 갖춘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실행 조직의 기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은행 영업추진1그룹장에는 리테일·기업·IB 등 다양한 직무를 거친 이종구 부행장이 선임됐고, 경영지원그룹장은 지주·글로벌·HR 등을 두루 경험한 강영홍 부행장이 맡았다. 브랜드홍보그룹장에는 김정훈 부행장이 선임됐다. 상무급에서는 고객솔루션, 자산관리, 자본시장, 리스크관리 등 핵심 영역에 내부 실무형 인사들이 전진 배치되며 영업과 리스크 관리 전반에 변화가 이뤄졌다.

      지주 인사는 전반적으로 안정에 무게를 뒀다. 고석헌 그룹전략부문장과 이인균 그룹운영부문장이 연임됐고, 그룹소비자보호부문장인 박현주 부사장과 감사파트장 김지온 상무, 디지털마켓센싱파트장 김준환 상무도 각각 자리를 지켰다.

      변화가 이뤄진 곳은 재무 및 리스크관리 부문이다. 그룹재무부문장에는 장정훈 부사장과 리스크관리파트장에 나훈 상무가 신규 선임됐다. 기존 그룹재무부문장이었던 천상영 부사장이 신한라이프 사장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공석을 메운 인사다.

      장 부사장은 20년 가까이 지주와 은행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해온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평가된다. 최근 신한투자증권 관련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수습 차원에서 증권사로 급파됐다가,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로 복귀했다. 

      전략과 운영 등 핵심 축을 유지한 채 재무 라인만 교체한 이번 인사는 그룹 차원의 재무·리스크 관리와 통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진옥동 1기 체제에서 방향을 정리했다면, 2기 체제 들어 역할 분담을 보다 명확히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에는 세대교체를 통해 현장 경쟁력을 높이고, 지주는 안정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하는 한편, 재무 라인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며 본격적인 '2기 체제의 본게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부회장'직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룹의 부문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문장'이 여전히 승계를 위한 핵심 보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4대 부문 중 재무부문, 전략부문, 운영부문장은 차기 CEO 후보군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은행, 증권, 생명보험, 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사장들이 핵심 승계군으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와의 관계, 실적 등 여러 면에서 차기 주자 중 첫 손에 꼽히던 이영종 전 신한라이프 사장의 퇴임 이후 후계 구도는 안갯속에 가려진 것이 사실"이라며 "사실상 연임이 결정된 진 회장의 임기 2기 첫 인사 메시지는 '은행에 어떤 인재가 있는지 보겠다'에 가깝다"고 말했다.

      차기를 가리기 위한 핵심 인사는 올해보단 내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내년 말이면 총 4년의 임기를 마치게 되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행선지가 후계 구도의 시작이 될 거란 지적이 많다.

      그룹 전략을 총괄해온 고석헌 부문장과 10년간 그룹의 인사 및 살림살이를 책임져온 이인균 부문장이 계열사 사장이나 영업 관련 직책을 맡게 될지도 변수로 꼽힌다. 이들은 본인의 담당 영역에서는 능력을 입증했으나, 영업 현장에서는 다소 떨어져있었다는 지적을 받는 까닭이다.

      은행 영업통 출신으로 부실화된 계열사의 정상화라는 임무를 맡은 전필환 신한캐피탈 대표와 재무통으로 내외부 평판이 좋은 천상영 신임 신한라이프 대표가 내년 어떤 성과를 낼지도 후계 구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은행 3대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의 내년 말 경영진 인사의 향방 역시 관심이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여부는 물론, 은행 출신으로 재작년까지 각각 그룹 WM과 CIB를 총괄한 정용욱 사장과 정근수 사장의 행선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소방수'로 투입된 재무통 장정훈 부사장이 지주 CFO로 복귀한만큼, 증권의 추가적인 부실 위험은 적을 거란 분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진옥동 회장 입장에선 아직 주주총회 승인이 남은데다 아직 3년의 시간이 더 주어진만큼 지주 및 계열사 인사에서 안정감을 최대한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관련 조사 및 입법 움직임도 시작된만큼, 지금은 승계 구도를 넓혀두는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