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美공장 인수에도 주가 하락…수주·비용 다시 과제로
입력 2025.12.26 07:00
    공장과 함께 1.2조 이상 규모 수주 물량 확보
    현지 수주 확대 및 인수 후 통합 과정은 과제
    미국 내 생산으로 인한 비용 증가도 만만찮아
    불확실성 줄였으나 공장 활용 방안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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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한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6만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회사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GSK의 루푸스 치료제를 생산해온 곳으로 파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인수와 함께 이곳에서 생산하던 수주 물량을 함께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발표 직후 공시한 수주 계약 체결 내용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늘어나는 수주 규모는 1조2000억원 이상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누적 수주 규모가 5조원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인수로만 상당한 물량을 확보하는 셈이다.

      공장 확보, 수주 확대를 제외하더라도 "잘한 거래"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서 벗어날 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공장을 마련하겠다는 회사의 오랜 과제도 해결했다.

      마침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업체를 둘러싼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생물보안법을 포함한 국방수권법이 발효되며 중국 바이오 기업을 향한 제재가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기업이자 대형 CDMO 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 이 기업이 소화하지 못할 수주 물량을 국내 기업이 받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미국 공장 확보 소식 발표 이후 연일 하락세다. 분할 이후 160만원대까지 하락한 주가가 다소 오르는 듯했으나, 회사가 인수 소식을 공시한 지난 22일은 물론, 이튿날인 지난 23일도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24일엔 직전 거래일 대비 1.69%(2만9000원) 하락한 16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월 24일 거래재개 당일 종가인 178만9000원과 비교하면 5.48%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로도 미국 공장 인수 이후 여러 과제를 안게 됐다.

      당장 미국 현지 생산과 공장 운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은 국내보다 기업 운영, 인력 고용에 더 큰 비용이 든다. 액수를 뜯어보긴 어려우나 미국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에 따르면 국내보다 미국 현지 인력에 두 배 수준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수와 함께 기존 공장 근무 인력의 고용도 승계하기 때문에 인수 이후 통합 작업(PMI)이 새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 법인이 인수 주체로 나서긴 했으나 통합 과정에서 달라진 미국 비자 발급 조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을 인수하며 가져온 수주 물량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도 지켜볼 만한 지점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변경하는 일은 여러 절차와 이를 수행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비용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외 스위스 CDMO 기업인 론자 등 대형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지 공장을 인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주 총액을 늘릴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확대 폭도 다소 꺾인 만큼 계약 연장이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의 실질적인 '신규' 수주가 더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 부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들이 복수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권고한다"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의약품들도 다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고객사가 각 공장의 물량을 조정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CDMO 기업의 수주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