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셀프연임'·'계파갈등' 제왕적 지배구조 논란…주주들도 본격 행동 개시
입력 2025.12.26 07:00
    대통령 발언→금감원 검사→주주 행동주의까지
    빈대인 회장 연임 중대기로에
    지방금융 ‘셀프연임·이너서클’ 구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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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셀프연임 논란과 계파 갈등이 반복돼 온 BNK금융의 지배구조가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금융당국이 BNK금융 회장 선임 절차를 정조준하면서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제왕적 지배구조’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회장과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른바 ‘이너서클’을 중심으로 셀프연임 논란이 이어져 온 가운데, 회장 교체 때마다 반복된 계파 중심의 물갈이 인사 역시 오랜 숙제로 지적돼 왔다. 최근에는 주주들까지 직접 행동에 나서며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 변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문제 제기의 출발점은 대통령 발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행을 두고 “가만히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은행장 했다가 회장 했다가 10~20년씩 해먹는 구조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문제가 제기된 금융지주사에 대해 검사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 이후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BNK금융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과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전반을 들여다보며, 절차적 정당성과 지배구조상의 문제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BNK금융은 "검사와 관련해서 따로 코멘트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검사가 단순한 회장 선임 절차 점검을 넘어, BNK금융에 고착화된 지배구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회장 선임 과정은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후보 접수 기간에 추석 연휴가 포함돼 실질 영업일이 4일에 불과했고, 외부 공지는 접수 마감 이틀 전에야 이뤄졌다. 이후 BNK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8일 빈대인 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라이프자산운용 등 주요 주주들은 후보 일정과 절차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해왔지만, 기습적인 단독 추천이 이뤄지자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빈 회장의 최종 선임 여부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주주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연임 논란이 아닌, BNK금융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주들은 물밑 접촉을 통해 사외이사 추천권 확보에 나서는 등 보다 직접적인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회사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단일 최대주주는 롯데쇼핑 등 특수관계인(약 10.47%)이지만, 롯데그룹은 그간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아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결과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이사회를 장악해 왔다는 지적이다.

    • 이사회가 회장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셀프연임 논란은 반복돼 왔다. 현재 임추위에 참여한 사외이사들은 모두 빈 회장 취임 시점에 맞물려 선임된 인사들이다. 김병덕·이광주 사외이사는 2023년 3월, 오명숙·김남걸 사외이사는 2024년 4월에 각각 선임됐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회장과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너서클’ 구조다.

      여기에 내부 파벌 문제도 오랜 기간 BNK금융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초대 회장 시절부터 특정 지역·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한 인사 편중 논란이 반복됐고, 회장 교체 때마다 경영진 대규모 물갈이가 이어졌다. 이는 조직 안정성을 해치고 중장기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초대 지주 회장인 이장호 회장의 경우 부산상고, 동아대 출신으로 인사 역시 두 학교 출신들을 중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금감원이 이장호 회장의 퇴임을 요구하며 '특정 학교 출신 위주 계파 형성'을 이유로 꼽을 정도였다. 

      이장호 회장이 금감원의 요구를 받아 물러난 이후엔 동아대 출신인 성세환 회장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성세환 회장은 이장호 회장과 마찬가지로 은행장을 겸임하면서 동아대 출신이 BNK금융의 주요 파벌로 자리잡았다. 성 전 회장은 2017년 주가조작 및 채용비리로 구속됐다. 이후 2020년 주가조작 관련 징역 2년형의 실형이 확정됐다.

    • 이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BNK금융은 '외부인사'를 선임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CEO 두 명이 연속으로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하나금융 출신인 김지완 회장이 선출됐다. 김지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동문인 부산상고 출신으로, 2012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의 경제정책 자문단에서 일하기도 했다. 

      김 회장 취임 이후엔 부산대가 BNK금융의 주요 파벌로 자리잡았다. 빈대인 당시 부산은행장 역시 부산대 출신인 안감찬 전 행장으로 교체됐다. 비상경영 체제 당시 '계파색이 옅고 현장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발탁된 빈 행장은 내부 평판이 나쁘지 않았지만, 임기를 4년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김 회장마저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본인 아들이 근무하는 한양증권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까닭이다. 이후 물러났던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BNK 금융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빈 회장의 발탁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금융인 지지자 그룹에서 활동한 점을 발탁의 배경으로 꼽는 시선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빈 회장 체제 구축 후에는 안감찬 부산은행장을 대신해 동아대 출신 방성빈 현 부산은행장이 임명되는 등 다시금 동아대 파벌이 주축을 이뤘다. 더불어 사외이사들을 물갈이하며 본격적인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BNK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경영진은 부산상고, 동아대, 경성대 파벌이 자리잡고 있고, 젊은 행원은 부산대 출신이 포진해있다"라며 "경영진이 바뀔때마다 출신학교에 따라서 한쪽이 중용되는게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논란은 결국 주주가치로 귀결된다.

       빈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8억8000만원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BNK금융의 주가는 PBR 0.3~0.4배로 금융지주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부산은행(26명)과 경남은행(25명)의 사외이사를 합산한 임원 수는 51명으로, 신한은행(29명)을 크게 웃돈다. 자산 규모는 시중은행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임원 숫자는 더 많은 셈이다. 

      이로 인해 임원 1인당 자산·이익 규모 등 생산성이 시중은행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BNK금융의 사외이사 보수 수준은 시중 금융지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BNK금융은 지난해 사외이사 7명에게 총 5억700만원을 지급했으며, 1인당 평균 보수는 7200만원이다. 이는 4대 금융지주 평균(7715만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하나금융(7072만원)과 우리금융(6907만원)의 평균 보수를 웃돈다.

      주주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저평가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인적·제도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장 연임 문제를 넘어 이사회 구성과 견제 구조 전반을 바꾸지 않는 한, BNK금융의 저평가 구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금감원 검사와 주주 행동이 지방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관행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