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넘어 노동·공정거래·세무 이슈까지 겹쳐
김범석 동일인 지정 여부, 향후 규제 강도 가늠자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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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보상안을 내놓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서면으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른바 ‘쿠팡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별개로 노동 이슈 등 각종 현안이 잇따라 부각되면서, 이번 사태가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여론과는 별도로 핵심은 결국 법적 책임의 향방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민·형사 책임과 행정 제재, 해외 소송 리스크 등이 동시에 맞물리며 쿠팡의 법적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쿠팡은 12월 29일 인당 5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상의 진정성과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날인 28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문을 내고 “초기 대응 과정에서 명확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주 열리는 국회 청문회에는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 의장이 서면으로만 입장을 밝히며 이른바 ‘반쪽 대응’에 나선 가운데, 여론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 자체보다 쿠팡의 사후 대응 방식에 더욱 집중되는 분위기다. 특히 사안을 두고 정부의 대응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논란이 줄어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쿠팡은 내부 인력뿐 아니라 주요 로펌 등을 통해 법적·제도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주요 로펌들이 쿠팡의 전반적인 법률 이슈 대응을 맡아온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사안과 관련해서는 법무법인 세종과 율촌 등이 대응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정보 유출을 둘러싼 민·형사 책임과 행정 제재, 해외 소송 등 실질적인 법적 리스크가 동시에 누적돼 있어, 향후 쿠팡이 맞닥뜨릴 리스크 전개는 정부의 압박 강도와 대응 수위에 따라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국민 생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을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위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수천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 문제다. 회사 측은 내부 조사 결과 실제 외부로 유출된 정보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실 자체를 둘러싼 정부 조사와 검찰 수사, 민사소송 가능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나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근로·노동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 특검이 쿠팡을 퇴직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지정하며 근로자의 상근성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남아 있고, 법원이 일부 물류센터 노동자에 대한 불법 해고와 노조 활동 탄압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어 관련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제한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약관상 면책조항 논란과 함께, 쿠팡이츠 수수료 구조의 불공정성 여부를 둘러싼 공정위 검토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검색 순위·PB 상품 편향 등과 관련한 기존 반독점 처분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병행되고 있다. 국세청 역시 쿠팡의 국내외 거래 전반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 중으로, 해외 상장사 구조와 수익 배분 관행을 둘러싼 추가 법적 책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 상장사로서의 공시 책임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적시에 공시했는지를 두고 미국 증권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되면서, 현지 투자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중대 사고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쿠팡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로 꼽히는 김범석 의장의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받기 위한 예외 요건을 여전히 충족하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 개인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25년 5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고액 보수 수령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2026년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관련 사항을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만약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쿠팡을 둘러싼 규제 환경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김 의장 본인은 물론 친족의 주식 보유 현황과 거래 내역에 대한 공시 의무가 강화되고,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도 사익편취 규제와 내부거래 감시가 적용된다. 지주회사 전환이나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각종 제약이 뒤따를 수 있어, 쿠팡의 중장기 지배구조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쿠팡 사태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자체를 넘어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이슈로 확산된 측면이 있다”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범석 의장의 대응 등 쿠팡의 사후 대응 방식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사안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과 별개로 남아 있는 법적 쟁점이 산더미인 상황에서 이미 막대한 규모의 법률 비용이 투입되고 있고, 향후에도 상당 기간 법적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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