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모델'로 회귀하는 금감원 조직개편…다시 등장한 보험=민원 공식
입력 2026.01.06 07:00
    취재노트
    금감원, 보험 부문 '금융소비자보호처'로
    분쟁조정 분야 강화한 '민원 감축' 의도
    업계선 "과거 실패한 모델, 보험 인식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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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민원을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거죠. 이미 실패한 모델인데 또 얼마나 비용을 치러야 할까요."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보험 부문을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로 옮기는 방안이 발표되면서다. 이찬진 원장 부임 후 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던 금감원이기에 어느정도 변화는 예상했지만, 과거 모델로 완전히 돌아가는 모양새까지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많다. 당황스럽다는 관전평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조직개편 키워드로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를 제시했다.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신설하고, 보험 부문을 금소처 산하로 이동하는 게 골자다.

      은행·중소금융, 자본시장·회계 부문은 소속을 유지하고, 금소처에서 담당하던 분쟁 조정 직접처리 기능을 각 업권 감독국으로 이관한다.

      반면 보험은 통째로 금소처로 옮긴다. 보험분쟁 부서와 감독 부서를 통합한 뒤 보험감독국(자동차), 보험상품분쟁1국(생·손보), 보험상품분쟁2국(실손)으로 재편한다. 기존보다 분쟁조정 분야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개편 이유에 대해 "분쟁 민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 부문이 금소처 산하로 이사하는 건 새로운 일은 아니다. 금감원은 이 같은 구조를 2018년 이미 시도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수석부원장(총괄·보험) 산하에 있던 보험 부문을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아래로 조정했다. 분쟁조정국을 1·2국으로 확대한 점 또한 이번 조직개편과 닮아 있다.

      업계에서 해당 모델을 '실패 사례'라고 단언하는 건 당시 민원 감축이나 감독 측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서다. 2018년 조직 개편 당시 금감원은 "민원·분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험부문의 감독·검사 부서를 금소처에 배치해 유기적인 공조를 통한 민원 감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간 민원은 오히려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 접수된 보험 민원 건수는 총 4만7700건이다. 2018년 말에는 5만2300건으로 9.6% 증가했다. 2019년 5만1100건으로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2020년에는 5만3200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보험 민원은 작년에도 5만3400건이 접수되는 등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금소처 산하에서 보험업계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2019년 금감원은 윤석헌 전 원장 주도로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들의 보험금을 미지급한 사례를 적발하고,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20년 대법원은 "요양병원 치료가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이 없으므로 약관에 따라 압 입원비 지급 사유가 없다"며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제재안을 확정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결국 기관경고로 마무리됐고, 금융권에선 법치주의에 앞선 감독기관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종료된 생보사들의 '즉시연금' 이슈도 이때 불거졌다. 가입 당시 연금 및 원금에 사업비를 공제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해당 금액을 돌려달라는 민원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금감원은 생보사들에게 "미지급금을 돌려주라"고 권고했으나 대법원에선 보험사들의 승소가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본래의 감독 기능은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당시 보험업계는 법인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커지며 시책 경쟁,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이 급증했다. 국정감사 등에서도 유통 채널에 대한 감시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금감원은 2021년부터 보험부문을 다시 독립시켰다. 보험 감독·검사 기능을 총괄·경영 부문으로 이동하고, 총괄·경영부원장 아래 보험 담당 부원장보가 지휘하도록 했다. 이런 구조는 2025년 말까지 유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선 보험산업에 대한 인식 부재가 드러난다"라며 "리스크 관리나 건전성, 영업행위 규제 등이 모두 소비자 보호와 연관된 이슈인데 민원에만 집중하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올해 보험사들의 조직 개편을 보면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삼성생명은 기존 소비자보호팀을 소비자보호실로 격상했다. 삼성화재도 소비자정책팀 내 '소비자권익보호파트'를 신설했다. 이외 대형 보험사와 금융 지주 계열 보험사들도 잇따라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를 격상하거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조직개편"이라며 "규제산업을 영위하면서 감독당국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소비자 보호 정책이 이뤄지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