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변경·주총 특별결의 등 절차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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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이 3차 상법개정 이후에도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법개정안이 자사주 소각을 원칙으로 삼고는 있지만, 일정한 절차를 거칠 경우 예외적 활용까지 전면 차단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이 추진 중인 3차 상법개정안은 기업의 자사주 남용을 막기 위한 '소각 원칙'을 명확히 하되, 주주 판단을 거친 활용 가능성은 열어두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보유 자사주를 활용해 ADR을 발행하고 이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도 법 개정 이후 가능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여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관계자는 "ADR 발행은 주주 동의가 전제될 경우 가능한 선택지로 남겨두고 있다"며 "법안의 기본 취지는 자사주 소각이 원칙이지만, 굳이 경영상 목적에 따라 활용을 하겠다면 그 판단을 주주에게 묻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사주를 경영상 목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한 뒤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동의를 얻는 일반 또는 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한다. 단순 이사회 결정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정관 변경과 주총 의결이라는 '이중 절차'가 핵심 요건이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기업의 자본정책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방향의 입법은 당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며 "기업가치 제고 수단을 넓히려는 게 상법 개정의 본래 취지였던 만큼, ADR을 포함한 다양한 활용 방안은 열어두는 쪽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ADR 발행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업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정도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공유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확고한 1·2위 지위를 확보했고, 미국 증시 투자자들이 이미 해당 종목을 '필수 편입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대신 ADR 발행에 활용하는 방안이 주주가치 제고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상법 개정 이후에도 제도적으로 길은 열려 있지만, 기업이 직접 주주를 설득하고 그 결과를 주총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앞선 정치권 관계자는 "ADR이든 다른 형태의 자본정책이든, 주주 설득에 실패하면 자사주는 소각해야 하고 설득에 성공한다면 활용도 가능해지는 구조"라며 "법이 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공시를 통해 "자기주식을 활용한 미국 증시 상장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3차 상법 개정의 최종 내용과 주주총회 전략이 윤곽을 드러낼 경우, SK하이닉스의 ADR 추진 여부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