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주총 자문 수요 및 주주대표소송 급증 가능성
EB·스와프는 막히고 ADR은 해석 영역…IB 고민 깊어
"2026년 자사주·주총·이사 책임 동시에 터지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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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 국회에서 3차 상법개정안이 재추진되면서 대형 로펌들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자문 수요가 급증할지, 아니면 분쟁·소송 대응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지를 두고 로펌 내부에서조차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회 안팎에 따르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3차 상법개정안은 이르면 1월 중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지분 교환, 자본시장 거래의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온 기업 입장에서는 지배구조와 재무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변화다.
로펌가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확실한 특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방향을 두고는 시각이 갈린다.
대형 로펌의 한 자본시장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3차 개정안은 로펌 입장에서 보면 자문 수요가 늘어나든, 소송 대응이 늘어나든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며 "다만 어느 쪽이 더 클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로펌의 기업지배구조 담당은 "기업들이 '지금 들고 있는 자사주를 어떻게 해야 합법적으로 살릴 수 있는지'를 자문사에 묻고 다닌다"며 "정관 개정, 경과 규정 적용, 주주총회 승인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자문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은 ▲기존 자사주의 경과 규정 적용 여부 ▲정관상 자사주 처분 규정 신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검토 등 복잡한 법률 검토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로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자사주를 활용한 금융기법의 명암도 뚜렷해지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나 지분 스와프 구조는 사실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각 의무화의 입법 취지상, 자사주를 우회적으로 현금화하거나 지배구조에 활용하는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증시예탁증서(ADR)는 상대적으로 법적 해석이 열려 있는 영역이다. ADR은 자사주 처분의 일종이지만, 소각과 달리 자본 감소를 수반하지 않고 해외 투자자에게 유통되는 구조다. 한 번 발행되면 발행사가 임의로 회수하거나 다시 소각하기도 어렵다.
앞선 대형 로펌 파트너는 "ADR을 일률적으로 금지할 경우 재산권 침해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입법 과정에서도 '금지'보다는 정관 명시와 주주총회 승인 같은 조건부 허용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로펌의 상법개정안 특수는 3차 개정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통과된 1·2차 상법개정안 역시 기업 지배구조 환경을 크게 흔들 요인으로 꼽힌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명시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행동주의 펀드의 외부 공격, 경영권 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주주대표소송의 문턱이 실질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방어가 가능했던 사안들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로펌 입장에서는 자문과 소송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가 핵심 전략 과제가 되고 있다. 자본시장·M&A 중심 로펌들은 정관 개정, 자사주 처리 구조 설계, ADR 발행 자문 등 선제적 자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송무 역량이 강한 로펌들은 주주대표소송, 의결권 가처분, 이사 책임 소송 등 사후 분쟁 대응 시장의 확대를 주목하고 있다.
3차 상법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기업의 전략 자산이었던 자사주는 규제의 대상이 되고 그 여파는 로펌가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자문이든 소송이든, 이번 개정안은 법조계에 분명한 특수를 안겨줄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2026년은 자사주, 주총, 이사 책임이 한꺼번에 터지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과 주주, 감독당국이 충돌하는 지점마다 법률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