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금융이 꺼내 든 투명성 과제
정책 모펀드 운용 구조 변화 불가피
공개 범위·수준 어디까지?…향후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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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사모펀드(PEF)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정조준하면서,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정책 모펀드 영역으로까지 '투명성' 요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가 PEF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GP(업무집행사원)의 운용현황 보고와 책임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도 업무보고 문서에 '정책 모펀드 운용사의 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를 외부 지적 사항으로 명시한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장금융은 전날 금융위 산하 금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정책 모펀드 운용사의 정보 공개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성장금융은 '법령 및 계약상 허용 범위 내에서 재원 특성을 감안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보고는 정책 모펀드 역시 '사모라서 비공개'라는 기존 관행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성장금융은 직접 투자 주체는 아니지만,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이 결합된 모펀드를 바탕으로 자펀드 GP를 선정·관리하는 핵심 운용 주체다. 대규모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 생태계를 좌우하는 만큼, 성과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설명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경에는 금융위의 PEF 제도개선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GP의 운용현황 보고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투자·인수 기업의 주요 경영 정보까지 감독당국 보고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한도 관리,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GP의 책임성을 구조적으로 높이겠다는 취지다.
특히 금융위가 제시한 보고 항목에는 수익률, GP 보수, 레버리지 구조, 리스크 관리 현황 등이 포함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사모펀드 영역에서 형성된 '투명성 기준'이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모펀드 운용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장금융이 업무보고에서 '외부 지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도 주목된다. 내부 자율 과제가 아니라, 정책 모펀드 운용 전반에 대한 감독·관리 강화 요구가 이미 제기되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기 때문이다. 공개 범위에 단서를 달았지만, 정보 공개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 자체가 기존 관행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평가다.
금융위가 12일 유관기관 업무보고를 통해 산하 기관의 추진 과제를 점검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MBK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PEF 투명성 논쟁이 개별 운용사 제재를 넘어, 정책자금 운용 구조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관건은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다. PEF 제도개선 방안이 수익률과 GP 보수 등 핵심 지표를 감독당국 보고·LP 정보제공 강화로 연결하는 만큼, 정책 모펀드도 수익률·수수료·성과보수 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 등으로 논의가 옮겨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상위 운용 주체'로서 성장금융을 비롯한 모펀드 운용사들이 어떤 수준의 공개 원칙을 제시할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 정책금융 분야 관계자는 "정책 모펀드는 민간 사모펀드와 구조적으로 다르지만, 정부·공공 자금이 함께 투입되는 만큼 운용 성과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 책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사모펀드 투명성 논의가 확산되면서 정책 모펀드 운용사 역시 '성과만 잘 내면 된다'는 접근에서 벗어나 공개와 관리 수준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