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증시' 아니라 '좋아 보이는 증시'…지수는 오르는데 환율은 불안
입력 2026.01.15 10:12
    연초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코스피 상승
    수출 대형주가 끌고 간 사상 최고치
    외국인 순매수 전환에도 환율은 고점
    지수 낙관과 거시 불안의 동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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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피가 연초 들어 하루도 쉬지 않고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지만, 외환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는 위험자산 선호를 반영해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 고점권에 머물며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가와 환율이 서로 다른 방향의 메시지를 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46포인트(0.65%) 오른 4723.10에 장을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이후 단 하루의 조정도 없이 연속 상승을 이어가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77.5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당국의 구두 개입과 달러 매도 이후 한때 143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불과 보름여 만에 다시 개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 같은 엇박자는 최근 증시 상승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이번 코스피 랠리는 경기 전반의 회복 신호라기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대형주에 집중된 흐름에 가깝다. 원화 약세는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원화 환산 이익을 키우며 실적 가시성을 높인다. 고환율이 거시경제에는 부담이지만, 지수 상단을 구성하는 일부 업종에는 오히려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된 셈이다.

      과거 고환율 국면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2022년과 2023년 환율이 급등했던 시기에는 외국인 매도와 지수 조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원화 약세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국면에서는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지수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환율을 바라보는 시장의 해석이 '리스크 요인'에서 '실적 변수'로 일부 전환됐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지점이다.

    • 수급 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7268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조68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고, 기관은 약 393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수급이 순매수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지수 상승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개인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섰음에도 환율이 하락하지 않는 점은 이번 국면을 이해하는 핵심 단서다. 이는 최근 외국인 자금이 원화 강세를 전제로 한 중장기 유입이라기보다, 특정 업종에 한정된 선택적 접근이거나 환율 변동을 방어하는 거래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주식은 매수하지만 원화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 흐름도 환율을 압박하고 있다. 연초 들어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가 빠르게 늘면서 달러 실수요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국면에서도 자금의 일부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원·달러 환율의 하방을 제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이 고점권에 머무는 흐름은 정책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물가를 통해 물가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고, 이는 통화정책 판단의 여지를 좁힌다. 증시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당국이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현재의 증시는 '좋은 증시'라기보다 '좋아 보이는 증시'에 가깝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수는 연초 이후 쉼 없이 상승하고 있지만, 그 기반은 일부 수출 대형주와 개인 중심의 수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환율이 보여주는 거시 환경의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외환시장은 당국 개입 이후에도 원화 약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이 다시 1500원 선을 시험할지,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이어질지, 개인의 해외 투자 자금 유출 속도가 얼마나 지속될지를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균형이 흔들릴 경우, 현재의 지수 강세 역시 재평가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강세는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기보다, 고환율 환경에서 이익이 개선되는 특정 업종에 대한 베팅 성격이 강하다"며 "환율이 실적 변수로만 해석되는 동안에는 지수가 버틸 수 있겠지만, 원화 약세가 물가나 정책 부담으로 전이되는 순간 시장의 시선도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