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몫 먼저 떼낸 ㈜한화…한화건설은 왜 남겼을까
입력 2026.01.15 13:05
    방산·에너지·조선과 묶인 유일 비제조 계열사
    한화건설, 非주택 인프라·플랜트 중심으로 재편中
    국책·해외 프로젝트에서 '대관 조직' 역할 강화
    테마파크 구상 축이었지만 결국 장남 몫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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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가 인적 분할을 통해 테크·라이프 사업을 분리한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관여해온 사업군은 신설법인으로 이동하는 반면, ㈜한화 건설부문(이하 한화건설)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돼 존속법인에 남는다. 단순한 사업 성격 차이로 보기에는, 한화건설의 잔류가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이번 분할은 '무엇을 떼어냈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를 봐야 한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방산·에너지·조선 등 그룹의 핵심 산업 계열과 함께 한화건설이 존속 법인에 묶였기 때문이다. 향후 제조·플랜트 중심 계열 사이에서 건설사가 차지하는 위상은 단순 보조 조직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화건설은 김동선 부사장이 그룹 내에서 첫 경영 수업을 받은 곳이다. 해외사업부를 중심으로 실무를 경험했고, 이후 레저·엔터테인먼트 개발사업 구상과 맞물려 건설업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동선 부사장 산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인천, 제주, 통영 등 지역에서 테마파크 및 복합 레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들 프로젝트에서 한화건설이 시공 주체로 거론돼 왔다.

      그럼에도 이번 인적 분할에서 한화건설은 김동선 부사장과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한화비전, 한화로보틱스, 한화세미텍, 한화모멘텀 등 비교적 경량화된 테크 계열이 신설법인으로 옮겨가는 것과 대비된다. 

      그간 한화건설은 신규 사업을 시험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이미 결정된 사업을 실제로 집행·완결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 같은 성격은 이번 인적 분할과 지분 구조 정리 국면에서도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한화는 올해 한화에너지 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과정에선 회사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아니라, 오너 일가의 구주 매출을 통해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성격이 강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분을 유지하며 ㈜한화에 대한 지배력을 고정했고,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현금을 확보해 각자의 사업 축을 분리하는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인적 분할 이후 존속하는 ㈜한화 체제는 방산·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됐고, 이들 사업을 실제 프로젝트로 구현할 수 있는 실행 조직으로서 한화건설이 함께 남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한화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전통적인 주택 건설사와 거리가 멀다. 국내에서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대전역, 수서역 등 대형 인프라·복합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단기 분양 수익을 노린 사업이 아니라, 공공성·금융 구조·장기 수행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프로젝트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연면적 수십만㎡ 규모의 복합단지 사업으로, 전시·업무·상업·숙박 기능이 결합된 도심 재생 프로젝트다. 대전역과 수서역 사업 역시 철도 인프라와 도시 개발이 결합된 형태로, 사업 구조 자체가 복잡하다. 단순 시공 능력뿐 아니라 공공기관, 금융권, 시행 주체 간 조율 능력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가덕도 신공항 컨소시엄 참여를 저울질하며 국책 인프라 사업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건설업계에서 단순한 대형 공사가 아니다. 장기간 공사, 정책 리스크, 정권 교체 변수까지 감내해야 하는 사업으로, 건설사의 재무 체력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신뢰와 지속성이 전제돼야 한다.

      한화건설의 해외 프로젝트로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치·외교 리스크가 큰 지역에서 장기간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수익성보다 수행 경험과 신뢰 확보가 우선된 사례로 꼽힌다. 한화건설은 해당 사업을 통해 해외 인프라 수행 이력을 축적해 왔다.

      이 같은 사업 구조를 감안하면, 한화건설을 분리하거나 단기 재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방산, 에너지, 조선 사업은 대규모 설비와 플랜트를 전제로 한다. 사업을 기획하는 것과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며,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은 그룹 내에서 사실상 한화건설뿐이라는 평가다.

      특히 발전소·공장·항만·물류 등은 개별 계열사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고, 그룹 차원의 조율과 실행 조직이 필요하다. 한화건설은 그룹 내부에서 신규 사업을 시험하는 조직이 아니라, 대형 인프라와 플랜트 프로젝트를 실제로 수행하는 실행 조직으로 활용돼 왔다.

      이런 성격의 사업은 실험보다는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결국 그룹의 핵심 축 아래에 두는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건설은 단순히 국내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아니라, 중동·신흥국 인프라 사업 등 외교·통상 환경과 결합된 프로젝트에서 그룹의 신뢰도를 실물로 구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임원은 "김동선 부사장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한화건설의 향방이 한때 관전 포인트였던 건 사실"이라며 "지금의 한화건설은 개별 사업을 지원하는 조직이 아니라, 방산·에너지처럼 그룹 핵심 사업을 실제로 집행하는 인프라로 인식된단 점에서 김동관 부회장이 놓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