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현이 낸 생채기, 머스크 오른팔로 메운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입력 2026.01.16 15:11
    취재노트
    신임 AVP본부장에 테슬라·엔비디아 출신
    보스턴다이나믹스, 테슬라 옵티머스 개발 총괄 영입
    송 사장 사임 여진은 잦아드는 형국
    실패 부각된 인재 경영, 이번엔 성공할까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발(發) 관세 파고를 넘어 잘 달리던 현대차그룹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아닌 자율주행 조직의 내홍이었다. 갑작스런 송창현 사장의 퇴진 이후 내부 조직의 갈등 등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쏟아졌다. AVP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이사의 후임 인선까지 차일피일 미뤄지며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한 '위기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분위기가 180도 바뀐 건 올해 초 CES에서다. 이제까지 그룹의 기대주에 불과했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고 투자자들에게 현대차그룹을 완성차 기업을 넘어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 각인시켰다. 아틀라스의 효과는 그룹도 예상못했을만큼 컸는데, 10년 넘게 만년 저평가 기업으로 여겨지던 현대차그룹의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더해 정의선 회장은 마치 테슬라를 겨냥이라도 한듯,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 최고 전문가를 영입해 요직에 배치했다. 송창현 사장의 사임 이후,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확산한 위기감(?)을 핵심 인재 영입이란 카드로 진화하겠단 의도로 읽혔다.

      지난 13일 현대차그룹이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로 영입한 박민우 박사는 엔비디아와 테슬라 출신이다. 박 본부장은 현대차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엔비디아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개발 체계 전반을 구축, 소프트웨어 양산과 상용화를 주도했다. 특히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과 함께 양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차량에 적용하는 역할을 맡아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박 본부장의 영입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부문의 수장의 공석을 채우는 수준이라기보다, 일명 '깐부회동' 이후 한층 가까워진 현대차와 엔비디아의 관계를 증명했다는 의미가 부각됐다. 동시에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고집해왔던 현대차가 과거보다 유연해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단 해석도 가능했다.

      이로부터 3일이 지난 16일,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자율주행 전문가 밀란 코박(Milan Kovac)을 현대차그룹의 자문역이자, 보스턴다이나믹스 사외이사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밀란 코박 역시 지난해 6월까지 테슬라에 재직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개발을 총괄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의 유일한 경쟁상대로 꼽힌다. 로봇에 대한 기술력, 부품의 수급, 양산능력과 상용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테슬라의 양강 구도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단 평가가 있다. 

      지난 6월, 밀란 코빅은 테슬라를 떠나며 "테슬라가 이길 것을 확신한다(Tesla will win, I guarantee you that.)"는 말을 남겼는데, 지금부터 본인이 만든 옵티머스와 혈투를 벌여야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로봇 사업은 '그저 싸고 쓸만한 자동차를 잘 만드는 그룹'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이자, 이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사업이다. 엔비디아, AMD 등등 전세계 칩 메이커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세대 사업으로 콕 집어 언급하는 더할나위 없이 우호적인 사업환경에서, 유일한 경쟁 상대의 총괄 개발자를 영입했단 의미는 미래 로봇 시장의 패권을 확실히 거머쥐겠단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현대차그룹은 박민우 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하며 "기술과 사람이 함께 다음 세대의 지능형 모빌리티를 이끌어 가고 세계 혁신의 기준이 되는 데 기여하겠다", 밀란 코박 자문역을 영입하며 "AI·로보틱스 융합을 통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신성(新星)의 등장으로 조금씩 잊혀지고 있는 송창현 전 사장은 회사를 떠나며 "거대한 하드웨어 산업에서 AI 디바이스를 만들겠단 도전은 쉽지도 순탄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물론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것 같이 등장해 이뤄낸 것 없이 몇 년 뒤 조용히 떠난 인물들도 무수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의선 회장의 인재 경영이 이번엔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또 새로운 인물들이 그룹의 체질과 조직의 생태계를 바꿔나갈 수 있을지 조용히 지켜봐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