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플랫폼 밸류 치솟는 등 우호적 분위기
테슬라·피규어AI 등과 비교하면 사실상 고무줄 몸값
양산 로드맵, 확장성 등 희망가치 입증할 필요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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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을 밀어올리고 있다. 국제가전박람회(CES)를 전후해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산업을 위시한 피지컬 인공지능(AI) 가치가 본격 조명되기 시작한 데다 기업공개(IPO) 시점이 점점 다가오면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어느 정도의 몸값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기업가치는 약 11억달러(당시 원화 약 1조2500억원)로 평가됐는데, 작년 하반기 1조3000억원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전체 기업가치는 약 3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6월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 IPO에 나서야 하고, 반대의 경우 소프트뱅크는 잔여 지분에 대한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투자은행(IB)들은 주주간계약 자체보다도 상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나 준비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 개인 지분이 포함된 현대차그룹이나 소수주주인 소프트뱅크 모두 희망하는 가격, 회수 구조가 있을 테니 조율이 어렵지는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의 조기 회수를 지원하는 식으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방식도 오르내린다.
관건은 결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 시점에 어느 정도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느냐다.
시장환경 자체는 충분히 우호적인 모습이다. 로보틱스 산업은 작년부터 전통적인 하드웨어(HW) 기업과 AI 기반 휴머노이드 플랫폼으로 나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후자에 속한다. 똑같이 인력을 대체하더라도 잠재 성장성 측면에서 더 유리한 입지라는 분석이 많다. 전자의 경우 일본 화낙(FANUC)이나 스위스 ABB 등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산업 무게중심이 AI로 옮겨오기 이전 고도화한 탓에 출발선 자체가 불리해졌다는 시각이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성숙한 업체들은 이제 와서 AI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면 레거시 기반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지금 투자금이 몰리는 영역은 정해진 공정 안에서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산업용 로봇보다는 SW 기반 범용 로보틱스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몸값을 추정할 수 있는 동종(Peer) 기업으로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이나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 등이 꼽힌다. 피규어AI는 작년 9월 진행한 시리즈 C 투자유치에서 390억달러(원화 약 52조원) 몸값을 인정받았다. 비슷한 시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향후 테슬라 가치 80% 이상이 옵티머스 로봇에서 발생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양사 모두 뚜렷한 매출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화낙이나 ABB 로보틱스 사업의 수십배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업계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 몸값도 이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제조·물류·서비스·헬스케어 등 사람이 돈 받고 하는 업무 전반에 투입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잠재 시장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여기에 기술 완성도, 실제 적용 가능한 작업 범위, 양산 시점 등을 감안해 현실적인 침투율을 적용하면 기업가치 범위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당장 매출 규모보다는 대체 가능한 노동 시장 범위와 속도 등이 몸값의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여기에 플랫폼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반영하면 사실상 고무줄 몸값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개발되고 있어 록인(Lock-in) 효과를 갖는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산업 표준을 주도하게 될 거라는 판단이 작용하다 보니 매출이나 실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일찌감치 프리미엄이 선반영된다. 실제로 동종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기업가치는 10조~50조원 수준에서 폭넓게 형성돼 있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가치를 측정할 때도 전체 운전기사 임금 총액을 전체 시장규모(TAM)로 잡고, 이 중 몇퍼센트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논리가 종종 쓰였다"라며 "이미 테슬라 몸값이 전통 완성차 수십배에 달하는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방식이기도 했는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광범위해서 TAM 상한이 없고, 이제 막 열리는 산업이라 스토리를 짜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희망하는 몸값을 어떻게 뒷받침할 것이냐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미 투자업계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테슬라나 피규어AI에 비해 양산 로드맵, 플랫폼 구조가 불확실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행사장에서 공개된 시제품 완성도가 뛰어나도 양산 가시성이나 확장성을 설득하지 못하면 희망 기업가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IPO를 앞두고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028년을 양산 목표 시점으로 밝혔는데, 현대모비스가 양산에 앞서 핵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모비스가 양산 로드맵에서 협력하는 구도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그룹 완성차 생태계를 완성하는 핵심 부품사인 동시에 지배구조에서도 중요성이 높은 계열사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