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외쳤는데도' 금융지주 이사회, 교수가 절반...올해도 '편중' 이어질까
입력 2026.01.20 07:00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절반, 교수 출신
    전문 분야 넓어졌지만 직업군 편중 여전
    현장 경험 부족, 이사회 기능 약화 우려
    결격 사유 규제에 "현실적 한계 있어"
    지배구조 TF 출범…이사회 구조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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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이 현직 또는 전직 교수 출신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지적에 이어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직업군 편중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상법 개정 등에 따라 사외이사의 책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 풀(pool)의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도 회자된다. 특히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거래관계 유무 등 선임 기준 자체가 높아, '교수 편중'을 피하기 어렵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 중 16명이 전·현직 교수 출신이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교수 출신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고, KB금융은 7명 중 4명,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9명 중 3명, 7명 중 3명이 교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들은 그간 경제·경영 분야는 물론 IT, 소비자 부문 등 이사회 다양성을 고려해 폭넓게 인사를 영입해 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2023년 말 금감원이 발표한 모범관행 이후 이사회 다양성을 체계화해 관리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 분야는 다양해졌지만, 직업군 측면에서는 교수 중심의 편중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교수 중심의 사외이사 구성은 이사회 기능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계 출신 이사는 이론이나 정책 이해도는 높지만, 금융회사의 영업이나 리스크 관리, 위기 대응 등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사회가 전략적 판단보다는 형식적 보고와 절차 점검에 머물고, 경영진 견제 역시 원론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부족할 경우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라며 "복잡한 이해관계나 시장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그동안 교수직 외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회사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관계 또는 협력관계에 있는 전현직 임직원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이때문에 사실상 교수나 중소형 로펌, 회계법인밖에 두드릴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자격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사실상 일반 기업은 금융지주 계열사와 거래 관계가 없을 수가 없다"라며 "제2금융권은 사외이사 겸임이 가능한데 은행·금융지주는 사외이사 겸임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장이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공론화하면서 금융지주들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10일 금융지주 CEO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언급하며,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고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에도 문제를 재차 지적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금융지주 이사회가 교수 등 특정 직업군에 편중돼 있다"며 "JP모건 등 미국계 투자은행의 경우 경쟁사 출신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반면, 학계 인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에 후보 물색을 맡겨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법상 사외이사 결격 사유에 대한 수정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지주 또한 기회가 될 때마다 금융사들에 규제 개혁 건의를 접수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 16일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오는 3월까지 개선안을 도출하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TF 출범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 비판하며 금융권 지배구조 전반을 겨냥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인 만큼 이사회 구조 변화도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이사 요건에 '실무 경험'을 추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한 관계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문성 뿐만 아니라 직업의 다양성, 연령, 성별의 다양성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TF 관련 가이드가 나오지 않아 당국 방향성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