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는 베인캐피탈, 10년 전 일본 성공 방정식 재시동
입력 2026.01.21 07:00
    HOUSE 동향
    리더십 교체 맞춰 인력 충원 본격화
    한국 성과 좋았고, 투자 여력도 충분
    '충원=성과' 였던 日 성공 모델 재현
    日처럼 자본시장 개선 속 기회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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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베인캐피탈은 작년 하반기부터 PE 부문 인력 충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출신의 장지호 상무를 영입했고, 3월엔 안재우 전 CVC캐피탈 전무가 합류한다. 김현승 전무가 맡은 포트폴리오그룹 역시 인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이 외에 이사급과 주니어 인력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베인캐피탈의 PE 운용 인력은 12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는 한국사무소 리더십 변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정우 전 한국 대표는 작년 상반기부터 개인 운용사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 김동욱 PE부문 대표가 후임자로서 투자를 총괄하면서 인력 보강도 본격화했다.

      베인캐피탈 본사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버코리아와 휴젤로 큰 이익을 냈고, 클래시스도 쏠쏠한 성과가 기대된다. 더존비즈온이 그나마 '덜 성공한' 포트폴리오로 꼽힌다. 권오상 대표가 이끄는 스페셜시추에이션(SS) 부문은 고려아연, 케이뱅크, 쉬완스컴퍼니 등 굵직한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작년 4분기 140억달러 규모 플래그십 펀드(14호) 결성을 마쳤다. 앞서 2023년 말엔 71억달러 규모 아시아 5호 펀드가 출범했다. 모두 목표 규모를 훌쩍 넘겨 결성됐다.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물색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한국 사무소도 인력 확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베인캐피탈 본사에서 한국 사무소를 적극 밀어주고 있다"며 "펀드 규모가 커지고 한국 팀도 확대했으니 투자를 늘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인캐피탈의 한국 내 행보가 과거 일본에서의 성공 전략과 겹쳐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인캐피탈은 2006년 일본에 진출했다. 초기엔 여러 PE 하우스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2011년 스기모토 유지 대표가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경쟁사와 컨설팅사 등에서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조직을 확대했다. 늘어난 인력을 기반으로 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2015년 JWD(일본풍력발전) 인수가 변곡점이 됐다. 스기모토 대표가 직접 이끈 첫 대형 거래로 쏠쏠한 회수 이익을 거뒀다. 베인캐피탈은 일본 수위권의 PE 하우스로 도약했고 이후 키옥시아(2018년), 히타치금속(2022년, 현 Proterial), 미쓰비시타나베제약(2025년) 등 매머드급 성과를 잇따라 냈다.

      스기모토 대표는 작년부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 PEF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일본에서 조직 강화, 딜 파이프라인 구축, 대형 성과로 이어진 성공 스토리를 거둔 만큼 한국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펼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들도 몸집이 배로 불어난 베인캐피탈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베인캐피탈은 일본에서 인원을 많이 뽑고 시장을 적극 훑어 성공한 경험이 있는데 최근 한국 내 행보도 이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며 "인력이 적을 때는 실패 부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인원이 많아지면 더 적극적으로 영업하니 거래 기회도 많이 발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2015년을 전후해 자본시장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기업지배구조코드(CGC)가 도입됐고, 그 때를 전후해 스튜어드십코드도 시장에 정착했다. 엔저 효과가 이어지고 대기업의 사업조정 거래가 본격화하며 글로벌 투자사들의 시선이 대거 일본으로 쏠렸다.

      현재 한국의 상황도 당시 일본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평가다. 상법 개정이 잇따르며 자본시장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 기조는 강해지고,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 장치는 강화하는 추세다. 당장 PEF의 활동에도 제약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하기 유리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직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전임에도 베인캐피탈은 에코마케팅 지분을 전량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선 2014~2015년에 자본시장의 변화가 있었는데 베인캐피탈은 그때 미리 준비해서 10년간 큰 성공을 거뒀다"며 "한국 규제 환경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수 년 내에 대형 M&A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