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도 기업들 새 자금조달 영업법 고심
기업 상황 맞춘 우선주·구조화 방식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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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주가수익스와프(PRS)를 활용한 자본확충 거래가 줄을 이었다. 시장 불안에 전통적인 자금 조달 루트가 막히자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 PRS가 각광받았다. SK온, 에코프로, 롯데케미칼 등 사업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기업들이 이를 적극 활용했다. 기업은 PRS가 없었으면 위기를 넘기기 어려웠을 거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해도 특정 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과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정작 PRS에 대한 주목도는 낮아진 분위기다. 자금 사정이 급한 가운데 구조화금융을 활용할 만한 자산이 있는 기업 중 상당수가 이미 PRS 거래를 마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근본적으로는 PRS 회계처리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작년 증권사가 PRS를 통해 집행한 자금을 부채로 인식해야 하느냐가 화제였다. 기업들도 이에 대응해 관련 자산을 부채로 잡으면 PRS를 활용한 실익이 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 한국회계기준원은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에 PRS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문의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2분기부터는 일부 각광받는 영역 외의 기업들 상당수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제도적 불확실성이 사라져 PRS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연락해달라는 요청을 기업들로부터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 보면 PRS를 활용한 거래를 부채로 잡지 않아도 된다는 국제적 공신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PRS가 정부의 자사주 소각 정책을 우회하려한다는 시선도 부담이다.
증권사들도 PRS를 대체할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을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작년엔 대기업 보증에 기대 저위험으로 쏠쏠한 수익을 챙겼지만 당분간은 PRS를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전처럼 대출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우선주 관련 거래가 다시 부상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신종자본증권도 주목받고 있다.
작년 나래에너지서비스·여주에너지서비스 유동화 거래가 한 예다. 두 회사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를 대상으로 3조원 규모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다. SPC는 일정 기간 후 CPS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은 그에 앞서 CPS를 팔라고 제안할 권리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에 풋옵션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주주간계약상 의무를 담아 크레딧 성격의 구조를 짰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증권 자본확충에 쓰인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지주사가 만든 SPC가 사모사채 등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으로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CPS를 인수한다. 지주사가 직접 증자할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 관리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SPC를 통한 우회 증자 구조를 짠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증권사 임원은 "메리츠지주가 메리츠증권 증자에 활용했던 방식을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단계"라며 "대기업들도 금융사처럼 자본확충이 필요하긴 하지만 서로 상황이 달라 메리츠의 방식이 유행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작년 PRS처럼 획일화된 자본확충 수단이 각광받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민감도, 모회사나 그룹의 지원 역량, 담보 자산의 유무, 최대주주의 지배력 차이 등 자금 조달을 위해 따져봐야 할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각 기업의 사정에 맞춘 개별 조달 전략을 짤 수 있느냐가 올해 증권사 영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개별 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영업담당(RM) 인력들을 두고 영입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기업들이 부채 성격이 강한 PRS보다는 자본성이 인정되는 다양한 조달 수단들을 원하고 있어 어떤 방안이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각 기업들의 상황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런 사정에 밝은 RM들을 영입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