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 대어 수임과 연금 관계 사이 자문사들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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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역삼 센터필드 매각을 둘러싸고 핵심 수익자인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의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이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운용사와 LP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이지스는 주관사 선정 일정을 흔들림 없이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는 역삼 센터필드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접수를 오는 27일 마감할 예정이다. 앞서 이지스는 지난 14일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배포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이메일을 통해 매각 중단 의사를 전달하고, 신세계프라퍼티 역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관련 절차는 그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역삼 센터필드는 신세계프라퍼티와 국민연금이 각각 49.7% 지분을 보유한 공동 투자 자산으로, 현재 시장에서는 매각가가 약 3조5000억원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다. 거래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이지스는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단독 참여뿐 아니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제안서 제출도 허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글로벌 자문사와 회계·컨설팅사 간 연합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CBRE코리아–딜로이트안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PwC삼일 등의 조합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모두 매각에 반대하는 상황을 의식해, 일부 자문사들은 컨소시엄 논의를 진행하다가도 단독 참여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때 연합 가능성이 거론됐던 JLL코리아와 컬리어스코리아 역시 단독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매각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주관사로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자칫 연금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최대 운용사인 이지스가 추진하는 대표 딜인 만큼 아예 제안서를 내지 않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스는 매각 추진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거친 만큼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펀드 만기를 앞둔 상황에서 자산 처분 여부는 운용사의 판단 영역이며, 계약 구조상 매각을 추진하는 데 하자가 없다는 논리다. 아울러 9월 만기인 약 1조2000억원 규모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기한이익상실(EOD)과 경·공매로 이어질 수 있어, 매각 추진이 불가피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자산 가치 훼손과 투자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프라퍼티와 국민연금이 주주총회를 통해 GP 교체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양측 간 갈등은 강대강 구도로 치닫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역삼 센터필드의 GP 교체를 결정했다. 이에 조만간 새 운용사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신세계프라퍼티 역시 이지스를 상대로 투자자로서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이지스의 주관사 선정 강행이 실제 매각 성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설령 매각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운용사와 핵심 수익자 간 입장 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거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산될 경우 매각이 추진되더라도 매수자 측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센터필드는 단순한 자산 매각을 넘어, 운용사 권한과 LP 영향력이 어디까지 충돌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며 “주관사 선정 이후에도 매각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