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 금현물 ETF, 한 달 새 4060억원 순유입
급등 국면 속 국내 괴리율 확대 가능성 '경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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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기록적인 '5000'고지를 밟은 데 이어 금값 역시 온스당 5000달러라는 새 역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캐나다를 겨냥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확실성에 지친 글로벌 자금들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달러 등 기축통화 약세 우려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산업 수요가 맞물리며, 금 뿐만 아니라 귀금속과 산업 금속 전반이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은·구리 등 금속 원자재가 단순한 방어 자산을 넘어 하나의 투자 테마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23일 국제 금 가격은 하루 반나절 사이 200달러 가까이 급등하며 온스당 5000달러선에 근접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단으로 인식되던 4000달러를 넘어선 이후에도 상승 속도가 둔화되지 않고 있다. 은 가격도 온스당 96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구리는 올해 들어 톤당 1만3000달러를 돌파하며 AI 인프라 확산의 직접적인 수혜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가격 흐름은 국내 ETF 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에는 최근 한 달간 개인 자금 1658억9200만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순자금 유입 규모는 4059억원으로, 전체 ETF 가운데 상위 10위권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금현물' ETF 역시 최근 한 달간 개인 자금 748억9800만원이 유입되며 금 현물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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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동반 강세를 '이례적'이면서도 '뉴노멀'에 가까운 흐름으로 평가한다. 과거에는 경기 둔화나 지정학 리스크 국면에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산업 금속은 약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전자산과 경기 민감 자산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며, 글로벌 자산시장이 단일한 경기 국면이 아닌 복수의 논리가 병존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최근 금 가격 움직임이 단순한 '위험회피 트레이딩'을 넘어 구조적 변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관세 발언 직후에는 지정학·통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금값을 밀어 올렸고, 이후에는 미국 경기 지표와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가 가격을 추가로 자극했다. 여기에 은과 구리 등 다른 금속 자산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원자재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도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을 중심으로 한 원자재 섹터의 중장기 투자 논리가 과거보다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AI·데이터센터·전력망·반도체 공정 확산에 따라 산업 금속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전략적 금 보유 확대는 단기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장기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가격 상승 속도가 가파른 만큼 경계해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국제 금값 급등기에 원화 약세까지 겹칠 경우, 국내 금 현물 ETF에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확대될 수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글로벌 시세 대비 국내 거래소에서 자산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현상으로, 리테일 투자자의 단기 수요 급증과 제한된 시장 구조가 맞물릴 때 주로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금 조정기 당시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일주일 사이 6.4% 하락했지만,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현물은 같은 기간 10% 가까이 하락하며 낙폭이 더 컸다. 국제 시세 대비 국내 가격이 높게 형성된 상태에서 조정이 나타나며 하락 폭이 확대된 결과다.
금값 급등기에는 단기 차익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되고, 이후 조정 국면에서는 낙폭이 커지는 '투기성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 가격 방향성 못지않게 괴리율 관리 여부가 단기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23일 기준 ACE KRX금현물 ETF의 괴리율은 0.22%, TIGER KRX금현물 ETF는 0.25%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금 가격의 단기적인 급등 여부보다 현재의 투자 환경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을 포함한 귀금속 원자재가 더 이상 전통적인 안전자산 선호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자산시장의 구조적 재편 흐름 속에서 하나의 핵심 투자 자산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K자형 글로벌 산업 구조 재편이 금을 단순한 리스크 헤지 수단이 아닌 주요 투자 대상 자산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단기 급등 이후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과거처럼 추세가 쉽게 꺾이기보다는, 높은 변동성을 동반한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