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해저드도 결국은 내부통제 실패? 당국 불호령에 당황스러운 증권업계
입력 2026.01.26 07:00
    취재노트
    NH투자증권 직원 '공개 고발'에 업계 술렁
    당국은 업계 전반에 '내부통제 강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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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불호령이 예사롭지 않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NH투자증권 전·현직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며 이례적으로 그 사실을 대외에 공개했다. 사실상 증권업계의 내부통제를 향한 선전포고라는 반응이 나온다.

      처음 해당 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알려졌을 때만 해도 업계에선 개인의 일탈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고위임원이 연루된 정황까지 뒤이어 알려지면서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가 주목한 지점은 '지속성'이다. 공개매수 담당 직원은 3개 종목, 임원은 11개 종목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개정보의 유용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거나, 개인이 시스템의 허점을 반복적으로 악용했다는 뜻이다. 어느 경우에도 회사가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내부통제의 한계와 시장 내 우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해당 임직원 명의의 계좌 까지다. 임원들의 경우 가족 명의의 계좌를 자발적으로 보고하기도 하지만, 여러 사연으로 예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직계 가족 외 지인의 차명 계좌를 이용했다면 더 이상 추적조차 불가능하다.

      더욱이 공개매수는 수년간 NH투자증권이 주도했던 시장이다. 2023년 9월 업계 최초로 온라인 공개매수 시스템을 도입한 뒤 차곡차곡 노하우를 쌓았다. 뒤이어 다른 하우스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그간 쌓은 딜 경험까지 따라할 순 없었다. 결국 수많은 정보와 딜이 NH투자증권에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공개매수는 딜 수임 후 발표까지 1~2개월이 걸리는데 이 기간 정보가 샐 구멍은 도처에 널렸다"면서도 "시장 내 우위를 점하는 증권사다 보니 당국의 관심이 갔던 것 같고, 내부통제가 강력하게 작동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지점들이 여럿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수사당국에 고발이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도덕적 해이, 혹은 내부통제 미흡이라고 결정하긴 이르다. 다만 당국은 이를 이미 내부통제 실패로 결론 지은 모습이다.

      증선위는 해당 고발 건을 공개하며 "공개매수 등과 관련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해당업무를 수행하는 회사 및 관계자께서는 관련 법규 준수와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업계에 분명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전 임원의 가족 계좌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주관 시장의 다른 하우스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지, 혹은 그 이상의 대응책을 내놓을 지가 관심이다.

      정부가 의무공개매수 도입을 고려하는 점도 관건이다. 공개매수가 인수합병(M&A)의 필수 절차가 되면 지금보다 시장이 확대될 수 있고, 주관사의 책임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가 이번 사건의 향방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업계 전반에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건 좀 이른 것 같다"며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는 않다고 보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시장에서 나가라는 시그널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