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국민성장펀드, '탑독' 신한·우리·성장금융 vs '언더독' 한화·KB·IBK
입력 2026.01.27 07:00
    한정된 4자리, 재정 모펀드 경쟁 시작
    모펀드 경험자 중심 판에 추격자 가세
    국민참여형은 정책 실험대 성격 강해
    “개인 자금 유입 불안…뉴딜펀드 전철 우려”
    •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한국산업은행이 2026년도 국민성장펀드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모집 절차에 착수했다. 

      국민성장펀드는 간접투자 방식을 통해 첨단전략산업에 중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 펀드로, 이번 공모의 핵심은 재정이 출자하는 모펀드 운용사 4곳을 선정하는 데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자리 수가 제한된 데다 모펀드 운용 경험이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작용하는 구조인 만큼, 기존 강자와 추격자 간 경쟁 구도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는 총 7조원대 규모다. 재정과 첨단전략산업기금, 민간자금이 함께 출자해 자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재정 출자를 통해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대규모 지분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다. 산업은행은 ▲산업지원 정책성펀드 ▲집중지원 정책성펀드 ▲초장기기술투자펀드 ▲국민참여형펀드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1곳씩 모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운용사 지원 자격은 자본시장법상 일반사모집합투자기구를 운용할 수 있는 법인으로, 재간접(모펀드) 운용 경험을 보유하고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 1조원 이상이어야 한다. 

      운용업계에서는 이 요건이 이번 공모의 성격을 사실상 규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자산 규모나 인력 요건을 넘어 모펀드 설정 이후 자펀드 운용사 선정과 관리, 정책 목적 점검까지 수행해본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성장금융, 신한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운용사는 과거 정책성 모펀드 운용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정 및 정책금융 자금을 관리·운용한 이력을 지속적으로 쌓아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재정모펀드는 단순한 투자 운용이 아니라 정책 목적을 구현하는 플랫폼"이라며 "이미 이를 수행해본 운용사들이 안정적인 선택지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KB자산운용, IBK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은 추격자로 분류된다. 이들 운용사는 AUM과 조직 규모 측면에서는 요건을 충족하지만, 재정모펀드를 주도적으로 운용한 경험에서는 기존 강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공모를 계기로 이들이 정책형 모펀드 트랙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KB자산운용은 이번 국민성장펀드 공모를 염두에 두고 정책형 펀드 및 모펀드 전담 조직을 정비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기존 사모·대체투자 조직과는 별도로 정책 자금 운용에 특화된 체계를 갖추려는 시도로, 이번 공모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 트랙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IBK자산운용 역시 정책금융 성격의 자금을 다뤄온 모회사와의 연계 가능성이 높다. 재정모펀드 운용 경험은 제한적이지만, 정책 목적형 자금 운용에 대한 이해도와 공공 성격의 투자 구조에 익숙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자산운용도 업계에서는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대형 블라인드 펀드와 대체투자 중심의 기존 전략과는 결이 다르지만, 정책 자금 운용 이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정부 주도 모펀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번 공모를 면밀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이번 공모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금액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총 조성 규모는 7조원대에 이르지만, 모펀드 단계에서 재정이 직접 출자하는 금액은 분야별로 1000억~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 기준으로 보면 대형 블라인드 펀드 대비 매력적인 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익성보다는 정책 자금 운용 이력 확보와 상징성이 더 큰 경쟁"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국민참여형펀드는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불확실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이 부여되지만, 장기 투자 구조와 재간접 방식이라는 특성상 개인 투자자들의 실제 참여 규모를 사전에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뉴딜펀드 등 정책형 공모펀드의 성과에 대한 시장의 기억도 변수로 작용한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정책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개인 자금이 얼마나 유입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산업은행은 접수 마감 이후 운용사, 운용 인력, 펀드 운용 계획 등을 종합 평가해 3월 중 최종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총 4자리로 한정된 이번 공모를 두고 업계에서는 "관심은 많지만 방심할 수 없는 판"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대형 운용사 임원은 "인프라나 대체투자 등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보장된 부문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모펀드 이력이 있어도 현 정부와 엮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곳도 다수라서 일부 이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