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들, 전업투자 고민
업무 강도 높고, 보상구조는 낮아
구조적 요인도 영향 미친단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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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피가 '불장' 흐름을 이어가자, 증권가 리서치센터 안팎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장세가 가파르게 달아오르며 "이런 장에서 분석 보고서만 쓰는 게 맞나"하는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직접 투자에 나서기 위해 리서치센터를 떠나는 애널리스트들의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22일 코스피는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 올해 초 대비 코스피 상승률은 약 16%에 달한다. 일 년 단위로 넓혀보면 상승 속도는 더 가파른데 지난해 코스피는 연초 대비 75% 넘게 급등했다.
코스피가 신고점을 돌파하자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정작 증권가 리서치센터 내부에선 다른 고민이 번지는 분위기다.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통상 회사 내규에 따라 개별 종목 투자가 제한된다. ETF 등 일부 상품을 통한 간접 투자는 가능하지만, 직접적인 주식 매매에는 제약이 따른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시장을 분석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 기회에서는 한 발 떨어져 있게 된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실제로 리서치 인력이 회사를 떠나 전업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증권사 시황 연구원은 전업 투자를 위해 약 두 달 전 사직서를 냈다.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트레이팅 실력이 좋아 개인 투자를 위해 리서치 센터를 떠났단 후문이다. 해당 증권사에서만 비슷한 이유로 2명 정도가 추가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코스피가 3500~4000선에 안착할 때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개인 투자를 위해 리서치센터를 떠나는 사례가 간간이 나오고 있다"며 "원래 투자를 잘했던 사람이 나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비교적 젊을 때라면 나가서 일단 개인투자를 해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도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형 증권사 한 금융 담당 연구원도 비슷한 이유로 최근 회사를 떠났다. 개인 ETF 투자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자 향후 기관 자금을 받아 부티크 형태의 투자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단 후문이다. 현재는 사모펀드(PE) 심사역으로 자리를 옮겨 비상장 시장까지 포함해 좀 더 넓은 범위의 투자 경험을 쌓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이면에는 리서치 직군이 체감하는 구조적 고민이 깔려 있다. 애널리스트 근무 강도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른 아침과 밤,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지만 성과급은 제한적이고, 전체적인 보상도 기대에 못 미친단 목소리가 많다. 업계 안팎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개인투자가 더 수지타산에 맞는 선택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코스피가 이렇게 오르는데, 직접 투자도 못 하고 책상에 앉아 글만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애널리스트들은 한 번씩 직접 주식을 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장이 좋을수록 그 고민은 더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나 운용사를 떠나 소규모 부티크 투자사로 독립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여의도 오피스에는 개인이나 소수 기관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소형 투자법인들이 속속 자리 잡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