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에 지방공사채까지 부담…연초부터 증권사 채권운용 ‘개점휴업’
입력 2026.01.27 07:00
    동시다발적 요인에 장단기 금리 동반 상승세
    證 채권운용 실적 악화…“올해도 쉽지 않다”
    지방공사채·정책채 발행 증가 가능성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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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 상승을 유발할 요인들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채권시장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채권 운용부문 부진이 증권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도 쉽지 않은 출발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사와 지방공사채 발행 확대 가능성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채권시장 전반에 금리 상승(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133%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2.2bp 상승한 연 3.580%로, 장단기물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채권 금리 급등 여파로 증권사들의 채권 운용 실적에는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채권 평가이익이 급감한 데 이어 4분기 들어서는 금리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운용 성과가 추가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채권시장 호황이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 실적을 견인했지만, 하반기부터는 부담 요인으로 돌변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서는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증권사 채권 운용부서 안팎에서는 연초부터 “올해 채권시장은 재미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으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이미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추가 손실을 우려해 ‘손절매’조차 쉽지 않다는 토로도 나온다. 이에 채권 운용 비중이 높지 않은 증권사들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시장 매력도가 낮아진 배경으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점이 꼽힌다. 여기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채 공급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본의 20년·30년 만기 국채 금리 상승 흐름도 글로벌 금리 환경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 운용 부문은 연초부터 분위기가 살아났지만, 채권 운용 쪽은 사실상 개점휴업에 가깝다”며 “금리 급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추경 편성 시사와 지방공사채 발행 증가 가능성까지 더해져 올해 채권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지방공사채 발행 증가가 연초부터 두드러지면서 부담 요인으로 더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회사채와 여전채의 순발행이 감소하며 전반적인 부진이 나타나고 있지만, 공사채는 꾸준한 발행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채 발행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지방채 발행 요건이 완화돼 ‘예측 불가능한 긴급 재정수요’까지 포함됐는데, 이에 따라 지자체는 재해 복구나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투자사업뿐만 아니라 민생 지원 성격의 사업에도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공사채 발행 증가 추세에는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지방공기업들, 특히 교통·물류망 확충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지역개발공사의 발행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들이 앞다퉈 ‘빚’을 내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재정 운용이 포퓰리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공사채뿐 아니라 해외 투자 관련 정책 자금 조달 과정에서 공사채와 특수은행채, 은행채 등 크레딧 채권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출입은행의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산업은행의 첨단산업 지원 관련 채권 등 정부 보증 성격의 채권 공급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해 3분기까지는 방어가 가능했던 증권사들도 4분기부터는 채권 평가이익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을 것이고, 실적에도 크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채권시장이 한동안 좋았던 사이클이었던 만큼 올해 여러 이벤트를 고려하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