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만연한 가족·1인법인 형태 대응 강화
"국세청이 모르는 것 아냐, 전문적 자문 필요"
후행적 법적 대응, 법률비용 등 투입 비용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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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사진 출처=판타지오)
배우 겸 가수 차은우(본명 이동민)가 수백억원대 탈세 의혹에 휩싸이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연예계 역대 최대 규모의 추징 사례로, 차은우와 소속사 측은 각각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연예인 수입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1인 기획사’ 등을 둘러싼 세무 이슈가 경제 이슈로 확대되고 있어 보다 전문적인 법·세무 관리 시스템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차은우는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해 국세청으로부터 제기된 탈세 의혹에 대응하고 있다. 차은우는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고, 200억원이 넘는 세금 추징을 통보받았다. 연예인에게 부과된 추징금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차은우 측은 이에 불복해 과세적부심을 신청한 상태다.
해당 사안으로 82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된 소속사 판타지오 역시 대형 로펌인 율촌을 선임했다. 국세청은 판타지오가 차은우 모친의 법인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처리해준 것으로 보고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판타지오는 이에 불복해 과세적부심을 신청했지만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은우는 소속사 판타지오와 모친이 설립한 법인을 통해 연예 활동 지원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을 분산해 왔다. 소득은 소속사와 모친 법인, 차은우 개인이 나눠 가져가는 구조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모친 법인이 실질적 용역을 제공하지 않은 페이퍼컴퍼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개인 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소득 분산 수단으로 봤다. 차은우와 모친이 개인으로는 45%에 달하는 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법인을 세우고 소득을 분배해 개인 소득세율보다 낮은 법인세율(20%)을 적용받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차은우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지만, 현 단계에서 예상되는 최선의 결과는 소명을 통해 추징 세금 규모를 일부 줄이는 수준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의도적인 조세 회피가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해 일부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세청이 이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추징 절차에 들어간 만큼 과세 자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향후 대응 역시 국세청이 제시한 논리에 대해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중심으로 다투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형사 사건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방어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국세청이 고의적 탈세로 판단해 부당 과소 신고를 적용할 경우 본세의 40%에 달하는 가산세가 부과되고, 납부 지연에 따른 이자 성격의 가산금까지 더해진다. 즉 200억원 추징액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 같은 가산세에 해당된 것이다. 결국 관건은 본세와 함께 가산세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정도 사안은 시간당 수임료에 성공보수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커 로펌 입장에서는 ‘빅딜’이다. 국세청 조사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형사 고발로 번지는 상황까지 차단해야 하는 만큼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평가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절세를 노렸던 구조가 오히려 추가 과세와 막대한 법률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광고 계약이나 작품 위약금 등 추가 법률 리스크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후 추징에 나선 만큼 큰 틀에서 과세 자체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소명을 거쳐 추징 금액을 조정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만연한 1인 기획사 사례들은 국세청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차은우 사례를 보면 설계가 상당히 허술한데, 애초에 전문적인 자문을 통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구조를 마련했어야 향후 분쟁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1인 기획사’ 구조는 오래전부터 활용돼 온 방식이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45%) 대신 법인세율(10~20%)을 적용받고, 법인을 통해 각종 비용을 경비 처리할 수 있어 절세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다.
다만 해당 법인이 실질적인 사업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 소지가 크다. 세무당국은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만큼 이 같은 구조는 상시적으로 들여다보는 주요 점검 대상이다.
관련 세무 이슈는 과거부터 반복돼 왔다. 2011년 방송인 강호동이 수억원대 세금 추징을 받으며 연예계 전반으로 논란이 확산됐고, 지난해에는 유연석·조진웅·이준기가 1인 기획사 형태로 소득을 법인세로 신고해 온 사실이 드러나 수억~수십억원대 세금 납부 통보를 받았다.
연예인들의 세금 이슈는 단순한 연예계 논란을 넘어 경제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차은우의 경우 추징액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최소 연간 8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데뷔 초에는 소속사와의 수익 배분 비율이 연예인 4, 소속사 6 수준이지만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계약 재협상을 통해 8대 2까지 역전된다. 특히 차은우급 톱스타의 경우 단일 광고 출연료만 수십억 원에 이르고 글로벌 OTT 드라마에 출연하면 회당 수억 원을 받는 사례가 나온다.
아이돌의 경우 월드투어, 굿즈 판매, 유료 팬 서비스 등 부가 수익도 상당하다. BTS나 블랙핑크 등 톱 아이돌들은 월드투어 등에서 콘서트 1회당 수억원 수준의 정산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차은우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모친이 설립한 법인이 실질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며 아직 최종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법 해석과 적용 문제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적극 소명하겠다”고 해명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차은우는 26일 개인 SNS를 통해 “지난해 군 입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돼 세무조사 절차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입대하게 됐다”며 “추후 진행되는 조세 관련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 또한 관계 기관에서 내려지는 최종 판단에 따라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26일 ‘2026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하고 악의적·지능적 탈세자에 대해 조사 역량을 집중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업상속공제 제도를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양해 시세차익을 얻는 행위, 가족회사로 이익을 빼돌려 세금을 줄이는 탈세 행위에 대한 대응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