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은행 모이는 '이례적 합동 제재심'
KB가 총대 메고 '공청회식 토론' 진행
과징금 감경 변수…내달 최종 결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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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과징금 부과 근거를 뒤집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번 2차 제재심은 당국과 판매사인 은행 간의 법리 공방전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번 판례가 모든 사례를 대표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판결의 파급력을 고려해 일단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열리는 홍콩 ELS 관련 2차 제재심에서 기존 방식과 달리 5개 시중은행을 한자리에 모아 제재심 위원들과 의견 차를 청취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간 은행별로 개별 제재심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 방식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홍콩 ELS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이 대표로 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나머지 은행들은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특정 은행의 과실을 따지기보다 업계 공통 법리적 쟁점을 다루는 공청회와 유사한 방식이다. 은행권 전체의 반박 논리를 한꺼번에 듣고 제재 근거를 재점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최근 은행권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6일 홍콩 ELS 투자자가 판매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수 변동에 따른 핵심 정보 제공 의무는 발행사인 증권사의 몫이며, 판매사인 은행에 동일한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과거 20년간의 지수 변동 추이나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제공할 의무가 은행에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과거 데이터를 제공받았다고 해서 투자자가 미래 지수 변동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익성과 위험성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임을 명확히 했다. 해당 투자자의 다회 투자 경험도 근거가 됐다.
이는 그동안 은행들이 위험 분석 기간을 축소해 백테스트 결과를 왜곡했다고 보며 '설명의무 위반'을 과징금 부과의 핵심 근거로 삼았던 금감원의 논리와 배치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공청회 형태의 제재심을 두고 법원 판결로 인해 제재 논리가 약해진 금감원이 사실상 은행권에 대규모 과징금 부과 전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판결이 행정소송과 구분되는 민사소송이며, 1심이며 특정 사례에 국한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번 은행 '합동' 제재심에서 제시될 은행권의 반박 논리에 따라 향후 과징금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 논리와 반대되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는 기준율 자체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라며 "다만 제재심에선 제재 수위가 크게 조정되기보다는 금융위 최종 의결 단계에서 판결 결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날 청취한 의견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내달 12일경 최종 제재심을 열고 제재 수위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판결 관련 법리 심의가 주된 논의 사항이 될 예정"이라며 "5개 은행이 공통된 사안이라 한꺼번에 같이 진행키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리 다툼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은행과 검사국 양측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