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바이오 상장사들, 자본시장도 정책금융도 비켜간 '조달 딜레마'
입력 2026.01.30 07:00
    정책 방향 제시됐지만 집행 기준은 미정
    중견·중소 상장사, 공모채 막히고 은행 여신은 한계
    지분성 조달 불가피한데 희석 부담에 발행 주저
    2차전지·바이오, 밸류체인 중·하단은 주가 정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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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자금 공급 확대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2차전지·바이오 중견·중소 상장사들은 정책금융과 자본시장 모두에서 체감할 만한 조달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방향과 큰 지원 대상(첨단산업·스타트업·지역 등)은 제시됐지만, 지원 대상의 선정 기준과 집행 방식 등 세부 설계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사가 정책 자금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2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 관계자들은 생산적 금융이 비상장 기업과 VC, 초기 스타트업 중심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상장 이후 단계의 기업, 특히 실적과 주가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중견·중소 상장사까지 정책 자금이 연결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조달 여건이 까다로운 업종으로 2차전지와 바이오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두 업종 모두 중견·중소 상장사 비중이 높고, 우량등급 중심으로 움직이는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 여신 역시 담보와 신용도 중심 구조 탓에 대규모 설비투자(CAPEX)와 연구개발(R&D) 자금 수요를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임원은 "중소·중견 상장사는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다"며 "공모채가 여의치 않으면 결국 메자닌이나 유상증자, ABL·유동화 쪽으로 조달 수단이 좁혀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수단 역시 주가 레벨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메자닌과 상장사 유상증자 등 지분성 조달은 주가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할 경우 할인율과 전환 조건이 불리해지고, 그만큼 오너와 기존 주주의 희석 부담이 커진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담당자는 "주가가 낮을 때 지분성 조달을 꺼내는 것 자체를 오너나 CFO가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2차전지 업종의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캐즘 국면이 길어지면서 밸류체인 전반에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완성차·셀 업체를 제외한 소재·부품·장비 기업 상당수는 선투자 부담이 크지만, 실적 가시성이 낮아 조달 조건이 빠르게 악화되는 구조다. 

      앞선 관계자는 "순수 2차전지 밸류체인 기업들은 자금 조달 수요가 많지만, 숨통이 쉽게 트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성과가 가시화된 소수 기업을 제외하면, 다수 상장사는 여전히 임상과 설비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성과가 확인된 기업은 주가가 크게 오르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이 더 많아 조달 환경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생산적 금융이 비지분성·저금리 자금으로 설계될 경우 이 같은 상장사의 조달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 사이에서는 지분 희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펀드 구조와 운용 방식, 지원 대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이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생산적 금융이 나오면 검토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은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누가 받을 수 있는지 구체화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2차전지·바이오 중견·중소 상장사들은 공모채 시장 접근은 제한적이고, 은행 여신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에서 주가에 의존하는 조달 수단만 남은 상태라는 평가다. 같은 섹터 내에서도 상위 소수 기업만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밸류체인 중·하단 기업들은 정체가 이어지면서 조달 여건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생산적 금융이 단순한 자금 총량 확대를 넘어, 상장 이후 성장 단계에서 발생하는 CAPEX·R&D 자금 수요까지 포괄할 수 있을지가 정책의 실효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