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테마 질주 속 '조용한 랠리'…'정책 리레이팅' 받는 지주회사 ETF
입력 2026.02.04 07:00
    미래 TIGER 지주회사 ETF, 한 달간 기관 108억 순유입
    삼성물산·SK·HD현대, 1년 새 주가 120~200%대 상승
    "정책 리레이팅 기대 유효하나 실행 속도·강도 변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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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AI·반도체·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를 필두로 한 딥테크 테마 ETF가 최근 수익률과 자금 유입 상위권을 점령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성격이 다른 수급 흐름도 동시에 포착되고 있다. 단기 모멘텀에 민감한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정책·지배구조 변화 기대를 바탕으로 한 지주회사 ETF로의 자금 유입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지주회사' ETF에는 최근 한 달간 기관 자금 107억6900만원이 순유입됐다. 개인 투자자 역시 최근 1주일간 69억5300만원을 순유입하며 수급에 가세했다. 테마형 ETF를 중심으로 단기 자금 회전이 빠르게 이뤄지는 국면에서, 기관과 개인 자금이 동시에 유입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익률 흐름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해당 ETF의 수익률은 1개월 기준 16.92%, 6개월 기준 32.06%, 1년 기준 87.85%를 기록했다. 단기·중기·연간 지표 전반에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AI 테마처럼 급격한 등락을 반복하기보다는, 변동성을 상대적으로 억제한 상태에서 성과가 누적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지주회사 주가 상승과 맞물려 있다. 지주회사 ETF에는 삼성물산, HD현대, SK, 두산 등 주요 대기업 지주회사 또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종목들이 편입돼 있다. 30일 장중 기준 삼성물산은 30만5500원으로 1년 전 대비 154.80% 상승했고, SK는 126.54%, HD현대는 185.20%, 두산은 204.23%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편입 종목 다수가 최근 1년간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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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업황 효과로 보기보다는, 지주회사에 적용돼 왔던 '구조적 할인'이 완화되는 흐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선·방산·반도체 등 일부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주가를 끌어올린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지주회사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평가 기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인식 변화의 배경에는 정책·제도 환경 변화가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대주주 견제 장치 강화 등 주주 권리 강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지주회사 구조의 고질적인 할인 요인으로 지적돼 왔던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상법 개정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지주회사 자본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지주회사는 그동안 자회사 지분을 다량 보유하면서도 별도 기준 현금흐름 활용에는 보수적인 운영을 해온 경우가 많다. 자사주 소각이 제도화될 경우, 자본 정책과 주주환원 전략이 보다 직접적으로 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당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주회사 구조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 역시 투자 매력을 높이는 변수로 거론된다.

      자회사 실적 개선도 중요한 축이다. 반도체 사이클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둔 삼성물산과 SK를 비롯해, 두산은 전자BG가 차세대 제품 공급 확대와 함께 실적 레벨업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회사 가치 상승이 지주회사 순자산가치(NAV) 재평가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주회사 ETF가 변동성이 큰 인기 테마 ETF의 대안적 선택지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NH농협은행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상품 라인업에 'TIGER 지주회사' ETF를 편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정책 변화에 따른 구조적 수혜 가능성을 반영한 자산 배분 사례로 보고 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분명하다. 지주회사 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정책 기대에 기반한 만큼, 제도 변화가 지연되거나 강도가 약화될 경우 주가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 또 지주회사 ETF는 국내 대기업 집단 비중이 높아, 대기업 계열 산업 전반의 사이클 변화에 따른 영향도 불가피하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지주회사 관련 ETF는 단기 테마 장세의 대안이라기보다 시장친화적인 정책 변화에 대한 중장기적 베팅에 가깝다"며 "상법 개정과 자본 정책 변화가 실제로 실행되는 속도와 강도가 확인될 경우 수급 성격은 보다 분명해질 수 있지만, 기대가 앞서간 구간에서는 변동성 점검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