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에 부랴부랴 IR 나섰던 삼성전자
역대 최고 실적에 주가 치솟자 태세전환
현대차 IR 역시 박스권에서만 투자자 접촉多
아틀라스로 홈런쳤지만, 연초 투자자 IR선 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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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소통) 활동에 소극적인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대장주' 기업들은 IR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매도' 리포트가 나올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하고, 개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알아서 올리는 탓에 IR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작 투자자들이 필요할 땐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삼성전자의 IR 담당자들은 고(高)자세로 정평이 나 있었다.
지난해엔 상황이 다소 변했다. 업황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사업적으로 도무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주가 마저 바닥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삼성전자의 IR 담당자들은 갑자기 바빠졌다.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업 전망을 낙관하기도 어려운 시점이었기 때문에 회사는 기업가치를 방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2026년 2월. 우리나라 증시를 주도하는 삼성전자는 어느덧 시가총액 1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초만해도 5만원대 갇혀있던 주가는 1년 새 17만원을 넘본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대거 상향 조정하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반짝 투자자들과의 접촉을 늘려온 삼성전자의 IR활동은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우호적이고, 목표주가 역시 줄상향되는 탓에 굳이 투자자들을 찾아나설 유인이 없단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원을 비롯한 IR 담당자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많았는데 최근 들어선 시들해진 모습이다"며 "닥친 현안도 없고 주총에 대한 부담도 적은 탓으로 보이지만, 갑자기 발길이 뜸해지면서 과거로 회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연초 재계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한 현대차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현대차 역시 삼성전자 못지 않게 '형식적인 IR' 활동을 펼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엔 삼성전자와 유사한 배경, 즉 대외 불확실성이 극대화하고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버린 상황으로 부랴부랴 IR 활동을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만년 저평가 꼬리표가 붙어있던 현대차 역시 어느덧 시가총액 100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됐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정체, 피크아웃에 대한 불안감 등을 상쇄한 건 다름아닌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였다. 현대차의 체질과 생산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신기술에 투자자들은 열광했고, 외국인·기관·개인을 막론하고 현대차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
아틀라스로 현대차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현대차는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만년 박스권, 만년 저평가를 외치던 연구원들은 현대차가 CES에서 발표할 아틀라스에 대한 기대감을 전혀 갖지 못했다. 현대차의 IR과정에서도 뚜렷한 설명이 없었던 탓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대차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본 증권사들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룹의 핵심 전략을 노출하는건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다만 보안 유지와는 별개로, 그룹의 중장기 방향성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 또는 컨센서스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서 현대차의 IR 활동이 상당히 아쉬웠단 목소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