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부실채권(NPL) 쏟아내는 은행권…실물 경기 침체에 쌓이는 부실
입력 2026.02.10 07:00
    은행권 NPL, 3년 연속 OPB 기준 8조원대 규모
    코스피 5000·코스닥 1000에도 실물 경기는 부진
    NPL 투자사들 간 체력차이 뚜렷…회수 고민은 여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도 은행권 부실채권(NPL) 매각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실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이다. 

      국내 증시는 코스피 5000, 코스닥 1000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물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연체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심화되는 전형적인 'K자형 성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 NPL 매각 규모는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8조원대에 육박했다. 올해는 9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경기 둔화로 한계차주가 늘어난 데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2023년부터 NPL 매각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반면 이를 받아줄 매수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NPL 업계에서는 2024년을 정점으로 매각 물량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물이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은행이 기존 부실채권을 상·매각으로 정리하는 속도보다, 경기 둔화로 새롭게 발생하는 연체와 부실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10월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특히 경영 환경이 악화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실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09%포인트 오른 0.84%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초체력이 약한 소상공인의 경우 지난해 폐업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역시 은행권 건전성 지표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의 상환 여력이 더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담보 가치 하락과 연체 증가가 맞물리며 연체율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 상승도 내수 경기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에서 1400원대 중후반까지 오르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 기업에는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경우 경기 전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지지부진한 부동산 경기 역시 은행권 부실을 키우는 배경이다. 최근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해온 은행 여신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뚜렷한 회복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NPL 투자사들은 늘어나는 물량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회수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올해도 회수 난도가 높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권 NPL 담보의 약 90%가 공장과 상가 등 비주택 자산인데,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매수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공장과 상가는 주택과 달리 자산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투자사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은행권 NPL 시장에서 목표로 설정한 점유율 40%를 채워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지주의 직접적인 규제를 덜 받는 키움F&I와 대신F&I 역시 비교적 적극적으로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반면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영향을 받는 하나F&I와 우리금융F&I는 매입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상황이다.

      한 NPL 투자사 관계자는 "은행권 NPL 매각 규모가 3년 넘게 연 8조원대를 이어가고 있다"며 "증시는 치솟지만 부동산 경기와 내수 경기는 계속 나빠지고 있어, 올해도 매각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