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환헤지가 환율 흐름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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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외환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해외투자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 구조에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장기화되자, 환노출을 일정 부분 감내해왔던 기존 기조를 재점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자산은 약 1438조원으로, 이 가운데 해외자산 비중은 59.6%(약 860조원)에 달한다. 해외주식 비중만 해도 38.2% 수준이다. 이런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이 바뀌면, 다른 연기금으로 파급효과는 물론 달러 수급 구조 자체가 바뀌는 사실상의 '정책 변수'가 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및 기관 합동으로 '국민연금기금 뉴프레임워크 기획단' 제1차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기획단에는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국민연금연구원과 함께 재정경제부·한국은행이 참여했다.
이 기획단은 환율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하는 개념의 '환헤지' 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기금의 적정 환헤지 수준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외화 조달 다변화 방안과 중립적인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 도입 여부도 함께 논의한다. 도출된 개선방안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진영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국민연금 규모가 최대 365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시장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 만큼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금 운용 성과 제고라는 본질적인 목표를 유지하되, 국내 금융·외환 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운용 전술 조정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해외투자자이자 외환 수요·공급의 핵심 주체다.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외환시장 유동성은 물론 선물환·외환스왑 가격 형성, 은행권 외화 조달 비용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자산 비중이 60%에 근접한 상황에서 환헤지 비중이 조정될 경우, 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내부 운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외자산의 일부(통상 10% 내외)를 환헤지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실제 시장에서 집행될 수 있는 환헤지 물량은 수십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 이는 국내 외환시장의 일평균 원·달러 현물 거래대금과 비교해도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환헤지가 단기간에 집중되거나 일정 기간 반복 집행될 경우, 단순한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달러 수급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환율의 절대 수준을 좌우하기보다는 기존 시장 흐름을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원화 약세 속도를 일부 완충하고, 반대로 원화 강세 압력이 형성된 구간에서는 그 흐름을 보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정책 당국의 공식 환율 정책과는 구분되는 영역이라는 평가다. 국민연금이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삼거나 환율을 관리하는 주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스탠스 변화 자체를 외환시장 흐름을 읽는 하나의 참고 지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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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파급력은 거래 구조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환헤지는 연기금이 직접 수행하는 거래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외환 트레이딩 데스크를 직접 운영하기보다 시중은행을 통해 선물환 매도와 외환스왑 거래를 체결한다. 환헤지 비중과 시점을 결정하는 주체는 연기금이지만, 실제 거래 실행과 결제, 리스크 관리 등은 은행의 밸런스시트 위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은행권의 부담도 함께 거론된다. 환헤지 물량을 수행하면 수수료와 스왑 포인트 마진이 발생하지만, 대형 공적 기관을 상대로 가격을 충분히 전가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환헤지 수요가 늘어날수록 외화 유동성 관리와 리스크 한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참여하면 수익성이 압박되고, 빠지면 주요 기관 거래에서 밀려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전략 변화는 다른 기관투자가들에게도 기준점 역할을 한다. 공적 연기금과 공제회, 대형 기관투자가들 역시 해외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중과 방식을 조정할 경우, 이는 개별 기관의 내부 기준을 넘어 기관투자가 전반의 환율 대응 전략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환헤지 전략을 조정하면 그 영향은 곧바로 은행권과 외환시장으로 전달된다"며 "은행들이 선물환 매도 등 거래를 대신 수행하는 구조인 만큼, 환헤지 물량이 시장 수급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워낙 규모가 큰 투자자인 만큼, 환헤지 판단이 단순한 운용 차원을 넘어 시장 참가자들이 참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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