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적은 주가와 괴리, 대규모 적자 이어가
올해 반등 기대되지만 설비투자·운영자금 필요
PRS·영구채 등 활용 주목…금융사들 영업 분주
-
한화솔루션 주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태양광에 대해 언급한 후 고공행진 중이다. 오래 공들인 미국 태양광 사업에 빛이 드는 분위기지만 당장 괄목할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실적 개선까지 대규모 설비 투자금이 필요하고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도 해결해야 한다. 대규모 자금 조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사들도 거래 기회를 잡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중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태양광 기회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근 테슬라 실적발표에서 미국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 생산 능력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기존 태양광 관련 기업과 협업을 통해 이런 구상을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이 따랐다.
일론 머스크의 대담한 구상에 태양광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반등했다. 한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와 친환경 에너지 중요도 하락으로 애를 먹다가 대형 호재를 만났다.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지난달 2만7650원으로 마감했는데 이달 들어 5만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한화솔루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긍정적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화솔루션의 실적은 주춤하다. 지난 5일 회사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 13조3544억원, 영업적자 353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2년 연속 3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보였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효과를 5000억원 이상 반영했음에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원 규모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솔라 허브) 구축에 나섰다. 이후 대대적인 자본적지출(CAPEX)을 이어갔는데 웨이퍼와 모듈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며 사업 전망을 어둡게 했다. 설비 투자 증가와 함께 회사의 부채비율도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회사는 올해도 태양광에 1조원 수준의 CAPEX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한화그룹의 중심은 방위산업과 조선으로 옮겨 갔지만 태양광 산업에 대한 의지도 공고하다. 자체 현금 창출력이 부족할 때는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주가수익스왑(PRS) 등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이어갔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한화퓨처프루프 지분을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신설법인에 매각했다. 계열사로부터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받은 것이다.
태양광만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함께 경영하고 있는 여천NCC는 주요 석유화학사 중에서도 가장 조정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양 주주사가 힘겨루기를 하다 보니 절충점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작년 30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최근 증권사에서도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자금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화솔루션은 미국향 셀 통관 차질 문제가 해결되며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유의미한 매출 증대와 흑자전환을 이룰 때까지 버텨야 한다. 설비 투자금에 더해 운영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분산형 태양광 발전까지 밸류체인을 공고히 할 자금이 필요하다. 금융 업계에서는 회사가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조단위 자금을 조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사 임원은 "한화솔루션 미국 사업 운영 자금이 필요하지만 석유화학 사업도 안 좋다 보니 지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신한은행은 한화솔루션과 미국 태양광 개발 및 북미 신재생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금융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솔루션이 북미 지역 내 공급망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확보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지주의 화두인 '생산적 금융'에 적합한 행보로 볼 수 있다.
다만 생산적금융은 대부분 여신 방식이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성 투자는 어려울 수 있다. 한화솔루션 모회사 ㈜한화는 여력이 많지 않아 증자를 택할지 미지수다. 기존에 활용한 PRS나 영구채 등이 수월한 카드로 꼽힌다. 이 외에 최근 주가 흐름이 좋은 만큼 메자닌을 발행해 시장성 자금을 조달하는 안도 고려할 만하다. 여러 증권사들이 조달 방안을 들고 한화그룹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임원은 "미국 설비 투자나 전력 관련 SW 기업 인수 등을 감안하면 증자나 자본 조달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최근 사업 상황을 감안하면 메자닌이나 PRS 등을 활용하더라도 주가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계속 새로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으로 조달 여부나 방식을 두고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