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사업자 속속...증권사 사이에서도 치열해지는 퇴직연금 시장
입력 2026.02.16 07:00
    노사정 '의무화 합의'에 2000조 시장 개막
    '절대 강자' 없다…'2위 그룹' 경쟁 심화
    "마케팅 차별화는 한계…수익률이 경쟁력"
    '2인자' 은행계 증권사들도 마케팅 강화
    •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증권업권 내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은행에서 증권으로 머니무브가 가속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전략도 날카로워지는 모습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둘러싼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면서 증권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최근 공동선언문을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퇴직급여 의무화에 합의했다.

      기존 퇴직금 제도 대신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별도 법인이 맡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 업계는 퇴직연금이 의무화될 경우 2050년께 국민연금 적립액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4년 기준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약 43만 곳으로 전체 사업장 대비 26.5%에 그친다.

      퇴직연금 시장은 이미 성장세가 뚜렷하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작년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9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늘었다.

      증권사의 증가 폭이 가장 가팔랐다. 작년 증권업권의 적립금은 총 13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 증가했다. 은행과 보험은 각각 15.4%, 7.4% 증가했다. 은행권의 적립액은 260조6000억원으로 여전히 덩치가 제일 크지만, 비중은 2024년 52.8%에서 0.4%포인트(p) 하락했다.

      퇴직연금 적립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사업자도 증권사다. 작년 말 미래에셋증권의 적립액은 38조985억원으로 1년 만에 30.5% 증가했다. DC(확정기여)형에서 처음으로 은행을 제치고 적립금 1위 사업자가 되기도 했다.

      '절대 강자'는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면, 2위 그룹 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증권(21조원), 한국투자증권(20조원), 현대차증권(19조원) 등이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운용 성적표인 '수익률'에서도 매 분기 희비가 엇갈린다. 증권사 간 격차는 소수점 단위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분기만 운용 실수가 있어도 순위가 대폭 하락하는 구조다 보니 0.1%의 수익률 싸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제로 공세와 현금성 이벤트가 보편화되면서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는 한계점에 다다랐다"며 "상품 라인업 강화, 운용 알고리즘 고도화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 이동이 본격화하며 은행계 증권사들도 이전의 분위기와는 다소 달라진 모양새다. 이전엔 '형님'인 은행에 가려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엔 신규 서비스 런칭과 함께 수익률을 적극 어필하며 자금 유치에 나선 것이다. 

      하나증권의 경우 AI연금프로 등 개인화 서비스를 도입하며 개인형연금계좌(IRP) 적립금이 1년새 40% 넘게 성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IRP 원리금 비보장형 3년 수익률(16.5%)ㆍ5년 수익률(7.2%) 1위라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KB증권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가시화하며 타사 대비 강점이 있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능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점이 없기 때문에 기업 영업 등 성패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채권 상품을 온라인으로 파는 등 경험이 많아서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