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잔치될 가능성"…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에도 시큰둥한 운용업계
입력 2026.02.16 07:00
    단일 종목 레버리지 허용에도 운용업계는 '관망' 기조
    소수 대형주 경쟁 구조…중소형사 전략적 우선순위는 후순위
    업계 "결국 대형사 우세…시장 확장 카드로 보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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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에서도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자산운용업계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투자자 레버리지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상품 출시 이후 시장이 의미 있게 확장될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유동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정부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움직임에 대비해 내부 검토에 착수했지만, 업계 전반의 온도는 대체로 낮다. 

      레버리지 ETF가 허용되더라도 유동성과 시가총액, 시장 대표성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품 출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하우스별 상품 차별화를 두기 어려워 삼성·미래에셋 등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정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일부 중소형 운용사들은 법·제도 정비 이후에도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여부를 두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소수 대형주로만 상품 구성이 가능한 상황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결국 브랜드 경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대 수익 대비 리스크를 감안할 때 전략적 우선순위를 높게 두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품 경쟁력 측면 외에도 업계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구조적으로 내재된 변동성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AI·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 ETF조차 업황이 흔들릴 경우 수익률이 급격히 훼손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는데, 개별 종목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이보다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레버리지 ETF는 개인투자자 매매에 대응해 유동성공급자(LP)가 기계적으로 헤지 거래를 수행하는 구조다. 지수형 레버리지 ETF의 경우 이러한 거래가 여러 종목에 분산되지만,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에 집중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 실적이나 중장기 펀더멘털보다 ETF 자금 유입·유출과 LP 리밸런싱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이 국내 증시 전반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를 두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레버리지 ETF는 본질적으로 단기 매매 성격이 강해, 코스피 랠리를 점진적으로 뒷받침하는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변동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으로는 '환율'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증시 부양보다는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투자자 자금을 국내로 되돌려 외화 유출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판단에 가깝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실제 1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9원으로 개장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화 유출로 볼 수 있는 해외로 향한 레버리지 투자 수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이달 10일까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국내 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각각 1580만6920달러와 3265만5655달러로, 원화 기준 약 706억원에 달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역외 유출' 문제 등을 완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ETN(상장지수증권) 상장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11일까지 입법예고에 나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책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결국 몇 개 대형주를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로 빠져나간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일부 국내로 되돌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업계 전반의 성장 동력이나 국내 증시 체력을 끌어올리는 해법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