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본격 출범 첫 해
PEF 운용사들 펀드레이징 기대감 최고조
정작 국민연금, 산은 등 주요 LP들은 '잠잠'
1분기 이후에나 위탁사 선정 소식 들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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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올해,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펀드레이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아직은 어떤 기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자사업을 시작할지 예단하긴 어렵지만 운용사들은 서둘러 기존 펀드자금을 소진하고 새로운 펀드 결성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운용사들의 발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주요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LP)들은 아직 잠잠한 편이다. 다수의 LP들은 이제 막 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자금모집(펀드레이징) 계획이 있는지", "어떤 분야에 출자 사업이 진행되길 원하는지" 등을 물으며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하거나 핵심 운용역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수요를 조사하는 방식 등이다. 노란우산공제회, 사학연금,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대체투자분야 특히 PEF 출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관들이 포함돼 있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빨라야 내달 또는 적어도 1분기가 지나서야 본격적인 기관투자가들의 출자사업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국민성장펀드가 닻을 올리려면 국민연금 또는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자금 성격을 띄는 기관들이 앞장서야 하지만, 현재로선 출자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PEF 부문에 대한 출자를 한 차례 건너 뛴 국민연금은 올해 대대적인 펀드레이징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서원주 전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임기가 공식 만료한 이후 후임에 대한 인선 작업은 아직 착수도 못했다. 내부 인사의 승진 가능성을 비롯한 무성한 하마평과는 별개로, CIO 선임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에선 대규모 사업을 벌이긴 쉽지 않다.
대체로 연초 PEF 대상 출자의 포문은 한국산업은행이 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몇 안되는 앵커투자자인 산은이 정책적 방향성에 맞는 사업을 시작하면 매칭자금을 대는 기관들이 따라붙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산은 역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다른 기관들의 출자 사업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 굵직한 기관들의 구체적인 계획도 전해지지 않았는데, 이를 고려하면 PEF 펀드레이징은 올 하반기에 대거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엔 MBK-홈플러스 사태로 PEF 출자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기관들은 위탁운용사를 뽑는 대신 선정 요건을 강화하거나 패널티 조항을 추가하는 등 기준을 재정비하는 모습이었다. 기관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운용사들은 신규 펀드 결성보단 자금 소진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홈플러스 사태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받은 PEF업계에선 더 이상의 악재(?)는 없을 것이란 희망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기관들이 올해부턴 대체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 운용사들은 이미 펀드의 소진율을 높이고 있고 일찌감치 새로운 자금을 운용할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펀드레이징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운용사들 사이에선 위기감과 불안감도 공존한다. 사모펀드를 향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핵심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부와 여당이 공조로 추진되고 있는데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여당에선 일정 비율 이상의 LP동의가 있으면 GP를 교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출자기관들 역시 위탁운용사에 대한 허들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펀드레이징 시즌에 앞서 운용사들은 인력과 시스템 정비에 전념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