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저금리 공세에 전통 IB 시장 안착 '험로'
체질 개선 통한 IB 강화 가속…PI 전략 이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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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이 상반기 중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 IB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조달 금리 경쟁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주요 딜을 선점하는 구조 속에서, 등급 상향 없이는 경쟁 자체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순영업수익은 1조6879억원, 영업이익은 788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 25.3% 감소했다. 리테일 시스템 투자 확대와 기업금융 인력 충원 등 비용 증가 영향이 컸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7663억원으로 10.1% 증가했는데, 투자자산 수익이 영업외이익으로 반영된 데 따른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자산 역시 본업 수익의 일환이라는 사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체질 개선을 위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과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치중했던 사업 구조를 기업금융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 이후 포트폴리오 편중이 약점으로 드러나자 전통 IB를 확대하며 균형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별도 기준 기업금융 수익은 5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 관련 딜, LNG 프로젝트, 자산유동화 거래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문제는 시장 내 포지셔닝이다. 과거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PI)을 투입해 고위험·고수익 거래를 선점하며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했다. 경쟁사들이 기피하는 딜을 과감히 소화하는 대가로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전통 IB는 수수료 기반의 사업으로, 직접 투자가 아닌 만큼 마진이 제한적이고 확보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IMA를 통한 대규모 수신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 조건을 제시하며 주요 딜을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조달 구조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이 최우선인 만큼 대형사의 금리 공세를 뿌리치기 어렵다”며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의 거래여야 메리츠에게 차례가 온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과거 메리츠가 주도했던 롯데케미칼 PRS 거래의 리파이낸싱은 한국투자증권이 전액 맡았다. 반면 최근 여천NCC 관련 거래는 일부 대형사들이 리스크를 이유로 선별적으로 접근하면서 메리츠증권으로 넘어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메리츠증권이 선택한 카드는 ‘등급’이다. 현재 한국신용평가 기준 장기신용등급은 AA-(긍정적)이다. AA로 상향될 경우 조달 금리가 낮아져 가격 경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모두 AA다. 내부적으로도 상반기 중 등급 상향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선 신용등급 상향만으로 구조적 열세를 단기간에 만회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통 IB는 단순한 금리 경쟁을 넘어 네트워크와 수신 기반, 자본 여력의 싸움이라는 점에서다.
메리츠증권이 과거처럼 PI를 앞세워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민 대표와 새 CRO인 지성구 전무 등 현 경영진은 리스크 관리 색채가 강한 인물들로, 공격적 자기자본 투자를 재개하기보다는 조달 비용 안정화와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메리츠의 경쟁력은 과감한 PI였다”며 “지금은 안정성을 택한 대신, 수익성과 존재감 측면에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