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 6%대 수익률도 LP '눈총'
증권사엔 총액인수·셀다운 금지 요구
국내 투자자들 줄이탈 확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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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 중인 대규모 부동산 자산유동화 프로젝트가 기관투자가(LP)와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잇따라 외면받고 있다. 지방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와 연 6% 초반대 우선주 수익률, 셀다운(재매각) 제한 조건 등이 겹치면서 시장의 참여 의지가 빠르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비(非)핵심 업무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의 자산유동화를 추진 중이다. 리츠를 설립해 자산을 매각한 뒤 현대차가 장기 임차하는 구조다. 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는 코람코자산신탁이 맡고 있다.
이번 유동화 대상은 수도권 핵심 개발 부지가 아닌 지방 판매사옥, 정비소, 서비스센터, 하이테크센터 등 영업·서비스 거점이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평택항 인근 자산을 비롯한 지방 자산 비중이 상당한 반면, 당초 개발 잠재력이 거론됐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 남부 하이테크센터와 성동구 성수동 하이테크센터는 이번 패키지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전략 자산을 제외하고 비핵심 자산 위주로 묶은 구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 정비소 자산 비중이 높아 자산가치 상승보다는 임대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핵심 개발형 자산이 빠지면서 향후 공모 리츠 상장(IPO) 등을 통한 엑시트 기대도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주요 LP들은 내부 투자심의 단계에서 참여를 철회하거나 보수적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할 경우 수익률과 자산 질 측면에서 대체 가능한 투자처가 적지 않다"며 "개발형 자산이 빠진 이상 시장에서는 '쭉정이를 넘긴다'는 표현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수익 구조 역시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는 리츠 보통주에 직접 투자해 하단 에쿼티를 부담하는 대신, 우선주 투자자에게 연 6.3% 수준의 수익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방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와 향후 개발 가시성을 감안하면 해당 수익률이 충분한 위험 프리미엄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P 이탈과 맞물려 거래의 핵심 축인 대형 증권사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우선주 전액을 대형 증권사들이 총액 인수하는 구조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일정 기간 셀다운을 제한하는 조건까지 포함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증권사가 참여할 경우, 마스터리스(장기 책임임차) 기간인 5년에서 최대 10년 동안 우선주를 직접 보유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증권사는 총액 인수 후 일부를 기관투자가에 재매각해 익스포저를 조정한다. 그러나 이번 구조에서는 셀다운이 제한되면서 우선주를 장기간 자기자본으로 보유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증권사가 직접 장기 투자에 나서는 구조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우선주 장기 보유 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해 자본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총액 인수에 셀다운까지 제한되면 자본이 장기간 묶이게 된다"며 "수익률이 충분히 보강되지 않는 이상 참여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래 조건과 관련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관계자는 "세부 구조가 시장에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시장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삼성증권과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참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다수의 부동산 거래를 수행해온 NH투자증권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곳은 한국투자증권 정도로 전해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총액 인수와 셀다운 제한이 겹치면서 참여 가능한 하우스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자산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래 모빌리티 및 전동화 등 신성장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보유 부동산 장부가액은 약 16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거래는 그 중 일부를 단계적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이다. 현재 추진 중인 패키지의 총 거래대금은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략 자산을 제외한 비핵심 자산 중심 구조에서 수익률 보강이나 명확한 출구 전략이 제시되지 않는 한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재무 전략 차원의 자산 구조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현재 조건은 증권사와 LP 모두에게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