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동차 JV 정리 버거운 배터리사들…대응력 갖춘 LG엔솔도 보릿고개 걱정
입력 2026.02.20 07:00
    GM·포드·스텔란티스 전기차 전환 계획 지속 축소中
    판매량·배터리 믹스 변화로 드러나는 시장진입 실패
    전방 고객사 퇴출 가속시 후방 배터리도 타격 불가피
    자본력·대응력 갖춘 LG엔솔도 보릿고개 길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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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GM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차례로 전기차 전환 계획에서 대폭 후퇴하고 있다. 냉정하게는 시장이 탈락자를 선별하고 최종 과점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방 최대 수요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대응 여력을 최대한 길러온 곳은 LG에너지솔루션 정도가 꼽힌다. 그러나 진짜 보릿고개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라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도 당분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작년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6%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중국과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각각 18.2%, 3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지역별 성장률로만 보면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종료하고 판매 절벽이 현실화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발짝 더 들어가면 보조금 없이는 경쟁을 이어가기 어려운 현지 완성차 기업의 역량 문제가 드러난다. 

      작년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의 모델Y였고 두 번째가 모델3였다. 이후 3위부터 20위까지가 지리, BYD, 샤오미 등 중국 전기차 업체 몫이었다. 미국 3대장인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는 물론 유럽 폭스바겐이나 한국의 현대차, 기아까지 내연기관 시절 글로벌 완성차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사실 이들은 보조금이 한창 지급되던 시절에도 판매 순위에 들어가지 못했다. 가격 문제 이전에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기획하지 못했다는 실패가 실질적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때 전기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던 NCM 등 3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량은 작년을 기점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완전히 역전당했다. 이 역시 3원계 중심으로 판매 계획을 세우고 배터리 업체에 합작법인(JV) 생산 협력을 요청했던 완성차 기업들의 시장 진입 실패가 수치로 드러나는 장면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테슬라나 중국 업체들이 이미 규모의 경제에 진입한 만큼 판을 뒤집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GM이나 포드, 스텔란티스가 공장 가동률을 포기하거나 막대한 장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JV 청산에 나선 배경에도 이런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보조금 삭감이 후퇴를 앞당겼을 뿐 기존 계획의 축소나 폐기 자체는 일찍이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전방 최대 시장에서 탈락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뒷단에 늘어선 배터리 셀, 소재 업체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작년부터 이들이 LFP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밸류체인 진입에 집중해온 것도 이 때문인데, 당장 양산·공급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별 다른 수주 실적을 올리지 못하거나 적자를 감수하고 저가 입찰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자연히 셀, 소재 기업의 동반 퇴출 가능성과 함께 생존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꼽아보는 시선도 관측된다. 

      LG엔솔은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봤을 때 현 시점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기 이전부터 대규모 ESS 공급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온 것도 있지만 전방에서 배터리 사용처를 발굴해내는 테슬라 진영의 핵심 공급사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전기차나 태양광-ESS 생태계, 우주선,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협력 구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일본 파나소닉이나 삼성SDI, 중국 CATL 역시 테슬라 진영과 협력해왔지만, 매번 바뀌는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가장 폭넓게 소화해온 건 LG엔솔 정도 뿐이다.

      그런 LG엔솔 역시도 보릿고개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3년 고객사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테슬라 외 전기차 업체와도 파트너십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공장은 한 번 짓고나면 오랜 세월 감가상각을 거쳐야 하고 비용을 털어내기 전에는 되물리기도 어렵다. 전기차 고객사 요구 성능이나 발주량에 맞춰 증설해온 만큼 혼류생산에 맞춰 지어지지 않은 곳도 많고 전방 수요 변동에 맞춰 라인을 변경하는 데에는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든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3~4년 전 SK온이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삼성SDI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려로 미국 현지 증설에 제동이 걸렸을 때 포드나 스텔란티스의 JV 요청이 LG엔솔에 몰리게 됐다"라며 "이 덕에 단일 파이프라인 위험을 분산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고정비나 전환투자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미국 현지 JV 대부분은 3원계 라인이고, 혼용장비가 아니라서 LFP로 전환하는데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배터리업계는 물론 금융시장 역시 비슷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향후 몇년 동안은 기존에 확보한 설비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오르내린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수급이 다시 정상 궤도로 복귀하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종합하면 LG엔솔 정도의 자본력이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산업 정상화 시점까지 부담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정도 자본력이면 과잉투자 부담을 계속 버텨낼 수는 있곘지만, 산업 변동 대응력까지 감안하면 냉정하게는 LG엔솔에 이어서 삼성SDI 정도까지로 보고 있다"며 "ESS나 로봇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니 다시 메자닌 발행 등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임시방편격으로 버텨낼 비용을 마련하는 곳들을 계속 지원하는 게 맞는지를 곱씹어봐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