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금고 입찰에 신한·우리 등 사활
청라 이전 앞둔 하나은행, 인천시 공략
정치적 변수 속 수성·탈환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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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연간 수십조 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지자체 금고' 유치를 둘러싼 은행권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올해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시와 인천시 금고의 입찰이 예정되어 있어, 기관영업 시장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올해 입찰의 최대 관건은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다. 서울시금고의 경우 4월에 입찰 공고를 내고 6월 4일 선거 전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시장 교체라는 변수를 피해가면서 현 체제 하에서 '대어'를 준비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인천시는 지방선거 이후인 7월에 입찰 절차가 진행돼 선거 결과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은행들에 큰 부담이자 기회다. 당선자의 지역 공약이나 금융 정책 기조를 파악해 제안서에 반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선거 전부터 판세를 읽어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시정 방향의 변화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입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더라도 새로 출범하는 시정부의 정책 철학을 얼마나 담아내느냐가 결정적 차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금고 입찰은 8년째 수성 중인 신한은행과 '100년 금고지기'의 명예 회복을 노리는 우리은행 간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기관영업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는 하나은행, '리딩뱅크' 국민은행의 신규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우리은행은 서울시 25개 구금고 중 14곳을 관리하며 쌓은 '현장 데이터'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구금고를 운영하며 파악한 시금고 시스템의 약점이나 행정 현장의 요구사항을 공략해 시금고 탈환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신한은행의 수성 의지에 하나은행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올해 하반기 청라국제도시로 본사 이전을 앞둔 하나금융그룹은 '지역 밀착형' 명분을 내세우며 인천시 금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지난해 나라사랑카드 사업권을 놓치며 쓴맛을 봤던 국민은행은 올해 시금고 입찰 경쟁에서 다른 은행 대비 다소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덩치가 큰 시금고 입찰에 무리하게 뛰어들기보다, 구금고 유치에 사활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아직 시금고 입찰과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나 인천시금고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단계"라며 "서울시와 인천시는 산하 구청 수가 적지 않은 만큼, 최종 타깃 설정에 따라 입찰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금고는 신한은행이 약 48조원 규모를 관리하고 있으며, 인천시 제1금고 역시 신한은행이 16조원 규모를 맡고 있다. 인천시 제2금고는 농협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입찰 시점과 맞물리면서 은행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라며 "단순한 출연금 경쟁을 넘어, 지역 기여도 등 여러가지 평가 항목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