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꿈의 6000' 노리려면...'자금 유입 통로' 넓히고 '예측 가능 제도' 안착해야
입력 2026.02.24 07:00
    대형주 쏠림 해소 위해 대규모 자금 유입 필요
    퇴직연금 안전자산 비중 폐지·청년 자산 유입 유도
    "추가 규제 대신 '예측 가능한' 제도 유지해야"
    • "코스피 5000을 달성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5000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자본은 물론, 투자자들의 '지속 가능한 유입'이 이뤄져야 합니다. 퇴직연금 등 대규모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물꼬를 트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5000권 안착'은 물론, '꿈의 6000'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면서 지수의 변동 가능성이 심화됐다는 진단이다. 증시의 기초 체력을 보강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금 유입 체계를 마련하고,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56포인트(0.65%) 오른 5846.09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론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개장 직후 사상 처음으로 5900선을 넘어섰지만, 곧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코스피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 중이다. 이달 들어 매도 사이드카는 2회, 매수 사이드카는 1회 발동했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5371로 최고점을 찍은 뒤 이틀 만에 장중 4900선이 붕괴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시장에선 기초 체력 보강을 위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퇴직연금의 운용 효율화다.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선 자산의 30%를 예권, 채권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에 할당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 ETF, 리츠 등의 '위험자산'은 최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시장에선 이 같은 한도를 풀어 개인의 투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 497조원 중 DC형과 IRP형은 약 270조원이다. 이 중 30%인 81조원이 안전자산에 묶여 있는 셈이다. 안전자산 비중을 10%포인트 낮출수록 증시 유입 가능 자금이 27조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안전자산의 개념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정부가 비중을 강제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며 "개인의 투자 성향과 전략 등에 따라 젊은 층은 좀더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할 것이고, 은퇴를 앞뒀다면 자연스레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영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에서는 자산 배분을 시장 자율에 맡길 뿐, 정부가 특정 비중을 강제하는 제도는 없다. 국내에선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안전자산 비중 폐지가 논의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노후소득 안정성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의무화, 기금화 등 여러 개혁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고, 안전자산 비중도 그 중 하나"라며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 지원책을 증시 유입의 마중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에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장기펀드 등이 출시됐지만, 세제 혜택이 미미하고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참여도가 저조했다. 현재 운용 중인 청년 장기펀드 77개 중 59개가 가입액 10억원 미만이다.

      정부는 오는 6월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할 계획이다. 총 급여 7500만원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특례와 납입금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구체적 세제 혜택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 ISA의 비과세 한도(200만원)와 9.9% 분리과세 이상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타 청년 지원책과 경쟁하는 구조라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는 비슷한 시기 청년미래적금을 출시할 예정인데, 가입자가 매월 15만원 이상을 납입하면 정부가 15만원을 더해 저축하는 구조다. 월 최대 납입액은 50만원으로, 3년의 만기를 채운다고 가정하면 연환산 수익률이 16.9%에 달한다. 청년미래적금에 가입하면 청년형 ISA에 가입할 수 없어 대상 청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출시한 청년도약계좌 만기가 돌아오면서 해당 자금이 증시에 유입된다면 하방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새로운 적금을 출시해 청년들의 자산이 분산되도록 하는 건 아쉬운 방향"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이탈한 자금을 국내로 회귀시키기 위한 '해외주식 리턴 계좌'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국내 증시가 해외 시장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절세 혜택을 받은 뒤 다른 계좌로 해외 투자를 지속하는 꼼수 가능성도 있다.

      제도적 측면에선 추가적 규제 대신 현재의 방향성을 예측 가능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확정으로 큰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상법 개정 등 소수 주주 권익 향상을 위한 노력이 기업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러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 등으로 소수주주 보호 등을 위한 장치는 충분히 마련된 것 같다"며 "개정 이후 시장의 매커니즘으로 얼마나 자리잡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식이 엄청나게 위험한 자산은 아니다"라며 "적절한 교육이나 장기 투자에 유리한 환경 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변화가 단순히 지수 부양을 위한 도구로 곡해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