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는 까다롭고, 미국은 사실상 불가능
유연한 상장심사에 外人 자금유치까지
홍콩거래소 입성에 300곳 이상 대기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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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홍콩 증시가 중국 기업들을 앞세워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중국 테크 기업들이 본토와 미국 증시 대비 상장이 용이하고, 외국인들의 자금 유치에도 유리하단 판단에 홍콩 거래소로 몰리고 있단 평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2858억홍콩달러(한화 약 50조원)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수 역시 전년 대비 70% 이상 늘어난 총 117곳을 기록했다.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을 제치고 글로벌 IPO 조달액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으로 자금조달 상위 기업 10곳 중 4곳이 홍콩 증시를 통해 상장했다. ▲배터리 기업 CATL(5월 상장) ▲금광기업 즈진골드(Zijin Gold International, 9월 상장) ▲건설 장비 기업 산이중공업(SANY Heavy Industry, 10월 본토 동시 상장) ▲전기차 제조기업 세레스그룹(SERES Group, 11월 상장) 등이 대표적이다.
홍콩 증시 IPO 상위 10곳 가운데 6곳은 중국기업이다. 상위권에 포진한 기업들 외에도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메디슨(Insilico Medicine) ▲디지털 트윈 분야 대표 기업 51월드(51World) ▲가사 로봇 개발 기업 원로보틱스(OneRobotics) ▲철강 구조물 기업 USAS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서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중국기업이 본토에 상장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상장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24년부터 시장 안정을 이유로 상장 심사를 대폭 강화했는데, 심사 소요 기간만 약 9~12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중국 기업의 증권법 조사를 강화하고 나스닥 조달 기준 금액을 2500만달러(약 360억원)로 상향함에 따라 중국 기업의 증시 입성 문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중국계 패션기업 쉬인은 2021년부터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현재는 홍콩 증시 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의 금융허브였던 홍콩은 2019년 우산 혁명과 2020년 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그 위상이 예년과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고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한동안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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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시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2024년이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2024년 본토 상장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홍콩 금융시장엔 적극 지원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증감회는 2024년 4월 "홍콩 내 주요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지원하고 홍콩과 본토 거래소 간의 주식 거래 연결에 대한 규정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후 ▲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거래(선강퉁)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교체거래(후강퉁)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대상이 확대했다. 부동산투자신탁(리츠) 역시 교차거래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홍콩거래소는 본토에 비해 빠른 상장 심사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증시 입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량기업(시가총액 100억홍콩달러 이상)의 경우, 상장심사 기간을 30 영업일로 단축했다. 중국 본토 A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약 14%이지만, 홍콩 H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약 40%에 달하기 때문에 상장 기업의 입장에선 자금 출처의 다각화가 가능하다.
홍콩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들의 상당수는 정보·기술, 헬스케어 등 분야에 포진돼 있다.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5월 기술 기업 전담 지원팀을 신설했다. 초기 단계 기업의 보안 유지를 위한 비공개 상장 심사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 약 3200억홍콩달러(약 60조원) 규모 이상의 IPO가 성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345개 기업이 상장 심사를 진행중이다. 일단 홍콩 상장사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상장 규모는 전망치보다 더 커질 여지도 있다. 현재는 H지수와 항셍지수 모두 3년새 최고점을 기록중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이 홍콩과의 금융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산업 육성도 강조하면서 관련 IPO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중국 정부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대신 IPO를 통한 민간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면서 홍콩 시장의 중요성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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