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년물 '오버 발행'…조달 비용 상승
투자 방향, EV에서 ESS로 조정
-
LG에너지솔루션이 4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5배가 넘는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보다 발행액을 절반가량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간에서 기준금리를 웃도는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오버 발행'을 면치 못했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AA)은 회사채 총 4000억원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2조13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1400억원 모집에 8050억원, 3년물 2000억원 모집에 1조1850억원, 5년물 300억원 모집에 850억원, 10년물 300억원 모집에 6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발행 예정일은 오는 3월 5일이며, 이번 회사채는 전액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중 녹색채권(E)으로 발행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80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도 열어뒀다.
주관사는 키움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곳이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이번에 새롭게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공모 희망 금리로는 AA등급 민평 금리에 -30bp(1bp=0.01%포인트)~+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2년물 +6bp, 3년물 +6bp, 5년물 +5bp, 10년물 -15bp 수준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10년물을 제외한 트랜치의 경우 오버 금리로 주문을 받아 조달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공모채 발행을 두고 조달 전략을 수정하는 등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 증액 발행한도를 1조원에서 8000억원으로 줄였다. 수요예측 일정도 시장 금리 변동성을 감안해 설 연휴 이후로 연기했다.
트랜치에도 변화를 줬다. 당초 7년물 발행을 검토했으나, 10년물 장기물로 변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0년물 원화 공모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사들의 장기물 수요를 노린 조달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3년부터 줄곧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이어왔다. 당시 초도 발행에서 5000억원 모집에 총 4조원이 넘는 주문이 몰려들면서 1조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당시 2, 3, 5년물을 발행했었는데, 동일 민평 금리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 이후 2024년, 2025년 모두 각각 1조6000억원씩 공모채를 조달했다.
이번 조달 자금은 차환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공모채 발행액 중 대부분을 전기차(EV)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북미 합작법인(JV) 신규투자 자금으로 사용했었다. 당시 발행액 1조6000억원 중 70%에 달하는 1조1250억원을 스텔란티스JV, 북미 현대차JV 등 합작법인 투자를 위한 증자 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EV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자 에너지저장장치(ESS)만이 사실상 유일한 물량 증가 요인으로 떠올랐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배터리 파워 시스템과 체결한 EV 배터리 공급계약을 상호 합의로 해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투자 방향도 EV에서 ESS로 조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스텔란티스JV를 통해 캐나다에 구축한 합작공장을 ESS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자금 집행 역시 이러한 ESS용 라인 전환과 공정 변경에 집중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차전지 업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 이후 지난해를 기점으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며 "발행 규모를 크게 줄여 목표액 모집은 가능하나, 금리 수준이 회사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