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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국고채 발행 물량 조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금리 수준이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평가하면서다. 정부의 금리 안정 조치로 인해 3월 크레딧 채권시장은 강세 기조로 점진적 방향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금리가 안정화하자 A급 이하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채비에 나섰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46%,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445%로 나타났다. 이달 초 국고채 3년물은 3.2%대, 10년물 금리는 3.7%대에서 전고점을 경신하기도 했으나, 정부와 한은의 구두 개입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기준금리가 2.5%인 점을 감안했을 때 시장 금리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공적채권 발행 속도 조절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채권 발행기관 협의체'를 통해 올해 1분기 국고채 발행 목표치인 연간 발행 물량의 27~30% 수준은 준수하되, 3월 발행량은 최소한의 범위로 조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총량을 바꾸기보다는 월별 배분을 조정해 단기 수급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올해 초 재경부는 과거 한전채 대량 발행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던 학습효과를 반영해 국고국 주재로 '채권 발행기관 협의체'를 구성했다. 향후 정부보증채와 공사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발행기관 간 일정과 규모를 사전에 공유하고 조율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협의체를 정례적으로 운영하며, 채권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필요 시 수시 협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채권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놨다. 지난 2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채금리가 과도한 수준에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구두 개입성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3월 국고채 발행량 축소가 현실화할 경우 크레딧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고채 금리 상단이 일정 부분 제한되면 AA급에 이어 A급 발행 여건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2월 금통위에서 금리 방향성을 확인한 뒤 자금 조달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고채 금리가 안정되면서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차)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좋아져 기관투자들의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3월에는 A급 이하 회사채 발행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한항공(A), 녹십자(A+), 하나에프앤아이(A+), GS파워(AA), 삼성FN리츠(A+), 통영에코파워(A+), 해태제과식품(A), 현대코퍼레이션(A), 한솔테크닉스(BBB+) 등이 공모채 조달 계획을 세워뒀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국고채 금리 급등 구간에서 A급 이하 발행사들이 일정을 미루거나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졌는데, 당국의 속도 조절 의지가 확인되면서 금리 상단에 대한 불안은 다소 완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전체 발행 물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추세적 강세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며 "미국 금리 흐름과 추경 여부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다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국고채 금리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경우 기관 수요가 재유입되면서 A급 중심으로 점진적 스프레드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