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주주 설득 어려워"…당국 압박에도 정관 개정 미루는 금융지주들
입력 2026.03.04 07:00

금융지주 주총 시즌 임박…지배구조법 선반영 고민
당국 압박에도 '발의 단계' 법안에 신중론 우세
국회 통과 시 임시주총 개최해 정관 변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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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당이 발의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정관 반영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여당이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지만, 법안이 아직 국회 발의 단계인 만큼 '선반영'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조만간 이사회에서 주총 소집을 결의하고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관심은 최근 여당이 발의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 정관 변경 안건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은행장을 만나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정관에 미리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여당 역시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고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의 입장은 다소 신중하다. 현재로선 발의 단계에 불과한 법안을 정관에 선반영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구체적 조문이나 시행 시기,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변경 필요성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운영 중인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역시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않은 상태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당국의 정책 방향과 국회 논의 결과가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메시지만으로 주주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며 정관은 한번 개정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은 만큼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1·2차 상법 개정안 관련 사항이 우선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 충실의무 범위 확대와 전자주총 도입 근거 마련 등 확정된 법 개정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는 절차가 선행될 전망이다.

    관심이 컸던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되는 만큼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맞물려 이번 주총에서 회장 연임 특별결의를 도입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논의된 주총 안건에는 관련 정관 개정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제적 정관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KB금융이 한발 물러선 가운데, 다른 금융지주들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리금융만 최고경영자(CEO) 3연임 시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방안을 이번 주총 안건으로 예고한 상태다. 해당 안이 적용될 경우 지주 회장은 주주 총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연임이 가능해진다.

    다만 지배구조 개정안 통과가 가시화될 경우 금융지주들은 이번 주총이 아니더라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정비할 가능성이 크다. 설령 정관을 별도로 개정하지 않더라도 법이 상위 규범인 만큼 개정 법률이 우선 적용되는 구조여서, 실질적으로는 법 개정 여부가 지배구조 운영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선임 절차가 임박한 만큼 법 개정이 가시화될 경우 임시 주총을 통해 정관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은 국회 논의와 당국 TF 결과를 지켜보겠단 분위기"라고 전했다.